어느 땐가
저 책을 힌 번 사서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고
책이 내 손에 올때까지 조바심을 내다가
책을 마주해서
삼백쪽 분량에 스무쪽 정도 읽고는
어디 책꽂이에 모셔 놓았다가 서너해 뒤
그 책이 여기 있었구나 한 적이 있었고
이와 비슷한 일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눈이 되지 못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날
책들의 알멩이는 멀쩡한데
책의 묵직함이나 가벼움을 알아보는
눈썰미 수준이 좀 싸구려가 아닌가
또한 책을 어느 정도는 붙들고 앉아있어야 하는데
주의가 산만하거나
앉으면 누우려는 게으름도 두툼한 듯 하다
아무튼 앞으로 석달 또는 삼년
책들은 저만차 즈덜끼리 살라 하고
잠을 더 열심히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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