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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와 소곡(巢谷)

guem56 2020. 6. 15. 15:23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진 지

어언 십년

 

대부분의 무협지는 그렇게 시작한다

 

아무튼 살기 좋은 세상이나 인심은 점점 야박해지고

의리는 사전에나 나오는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소식 소철 소동파 형제는

제갈공명 무후사가 있는 청두와

낙산대불이 있는 러산 사이에

오늘날 메이산 시 출신이다

 

메이산 서쪽은 팬더곰이 대나무 잎을 먹고 산다는

야안이다

 

소동파가 이곳에 살 적에

소곡(巢谷)이란 사람과 알게 되어 교류하였다

그는 글을 잘 알았으나 과거에 합격하진 못했다

 

소동파가 오대시안에 걸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황저우로 유배되었을 때

불원만리

유배지로 찾아와 소동파를 위로하였다

 

재미난 사실은

소식 소철 형제가 수도 카이펑에서

8년여

벼슬길이 열리고 나름 잘 살던 시절에

소곡은 찾아오질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소동파가 해남도로 쫓겨가고

소철은 뢰주로 유배되었다

 

덩사정권을 장악했던 신법개혁을 내세운

조정관리들은 고성능 레이더로

두 형제가 혹시라도 편안하게 세월을 보내는지 늘 감시했다

 

소철이 뢰주 현지 공무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받고 나름 잘 있다는 소식을 듣자

신법추진 개혁정부는 바로 소철을 천리 떨어진 광동성 용천으로 유배지를 바꿨다

 

뢰주와 해남도가 가깝다 보니

두 형제가 수시로 편지하는걸 막아보잔 속셈도 있었는지 모르것다

 

메이산 살던 소곡은 이 당시 73세였다

소동파가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풍문에 듣고 또 다시 길을 떠났다

간신히 소철에게 찾아왔을 때 이미 온 몸에 병이 깊었다

 

소철은 형을 한 번 꼭 봐야겠다는 노인을

건강상 이유로 곡진히 만류했으나

소철 노인은 길을 떠났고

아뿔사 해남도 가는 배를 타기 전 지병으로 객사했다

 

소철이 꼭 붙잡지 못한 것을 한탄했는데

후세 어떤 이가 이런 말을 보탰다

 

의리로 소동파를 만나러 가다가 객사하여

천고에 이름을 남겼으니 애석한 와중에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재상 사마광은 백성을 깊이 사랑한다는 이미지를 천하에 남겼다

그가 죽었을 때

서울시내 모든 상점이 철시하고

전국이 깊은 애도에 빠졌다

 

운구는 그의 고향 산서성 샤현을 향해 떠났다

1만리 떨어진 남쪽 광동성 어떤 주민이

사마공이 돌아가셨는데 한 번 산소에 찾아뵈어야 할 것 아니겠는가

 

서너달 길을 달려와 산소에 와서 울고 다시 돌아갔다는 전설 아닌 사실이 전한다

 

정승댁 견공이 서거하면 문상객이 몰리나

정승이 죽으면 오는 이 없다는 이야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저렇게 의리가 뭐다 보여주는 사람들이 간간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