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주 임진년 팔월의 늦여름은 아주 더웠다 호남사람으로 난을 키우고 산에서 삼을 캐다가 강원도 까지 와서 살게 된 서선생과 정일영의 집에서 세사람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날도 무더운 여름이었다 일영은 기운이 떨어지다가 며칠은 좀 생생하고 눈빛의 성성함도 말할 때 나오는 기운.. 정일영 2013.02.07
비가(悲歌) 정일영에게 삼춘의 봄이 눈물에 지고 여름은 더운듯 제발로 슬픈 가을이 왔다 밤듕에 마신 술은 새벽에 눈물이 되더니 이른 아침 재너머 정두병이 이승을 떠났다는 기별이 왔노라 미욱한 목숨은 질경이보다 더 질겨 모진 구경을 눈감아도 하게 되고 착하고 어진 사람은 뜬금없이 열명길을 가노라 구.. 정일영 2012.10.31
정일영뎐(傳) 하나 여름은 무척 더웠다 그해 여름 시내버스비는 10원이었다 소양강 다리를 건널라치면 버스의 엔진 소리와 다리의 덜커덩 거리는 소리에 가방에 넣은 두 개의 도시락이 움찔하면서 몸이 흔들리면 다리아래로 흰모래톱에 갈대 그리고 여름 피서객들이 쉬다간 천막이 먼지를 쓴 채 시들어가.. 정일영 2012.10.30
정일영 별리 가을비가 길게 오던 날 백거이가 말하길 근심을 끄려 술을 마시나 술이 깨면 다시 시름이 더 깊어진다던가 링거액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옆에서 고르지 못한 숨을 쉬는 사람을 보고 와서 시간을 술에 붙들어 맨다 깊은 밤에 마신 술은 새벽잠을 덜어가고 하여 오늘 새벽은 어쩌다 술없.. 정일영 201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