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아버지의 골패 멀리 큰 저수지와 그 위 금은산의 황새가 흰 날개를 펄럭이던 때 왼편 울타리 밖에 무궁화 한그루 담장안 포도넝쿨을 앞에 두고 진주할아버지 방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아버님 나는 스무살이 되어서야 진주할아버지의 진주가 증조의 변형임을 알았다 날이 하염없이 긴 여름날 매화학교 .. 유치리 이야기 2012.12.13
스테판 쯔바이크의 여행 1942년 2월 15일 싱가포르를 일본군에 의해 함락되었고 8만여명의 영국 인도군 포로가 잡혔다 이들이 역사상에선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강제 노역을 치르다가 역시 많이 희생되었다 그해 2월 매화산 아래 1938년에 왜인들이 세웠다는 매화소학교 교정에선 황국의 용감한 군인들이 .. 유치리 이야기 2012.10.12
장개석 고향 시코우(溪口).... 봉하마을 가수 조미미가 <바다가 육지라면>노래를 부르던 때 신작로에 코스모스향이 진하던 때 이규방 선생님은 해가 저물면 술한잔에 얼굴이 불콰하셨는데 이 분이 가끔씩 하시는 말씀이 ....그때 맥아더가 만주를 폭격하고 장개석군대가 밀고 올라왔으면 통일도 되고 다 끝나는건데.... 나이.. 유치리 이야기 2012.09.27
조미미 ...스피커노래 ...바다가 육지라면 초가지붕아래 굵고 기다란 고드름이 짧아지고 한낮엔 낙숫물이 똑똑 떨어지면 깡통에 불을 넣어 휘휘 돌리는 대보름이다 휘영청 달이 밝고 어른들은 짚불을 놓아 시동리 전체에서 여기저기 불길이 솟아오르는 달밤 그때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그 노래를 들었다 스피커에서 늘 흘러.. 유치리 이야기 2012.09.11
북두칠성과 마뜨료시카 흰색옷을 즐겨 입는다는 벨라루스 사람들 민스크에서 마뜨료시카 작은 인형을 머리로 삼은 볼펜이 소포로 왔다 황소가 잠자는 외양간 지붕위로 밤나무 그늘이 덮였고 어느날 새벽 마당에 나가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또렷이 보이는 별이 있으니 북두칠성이었다 삼태성과 함께 칠성별을 .. 유치리 이야기 2012.08.29
닐 암스트롱 텔레비젼의 추억 매미가 울고 해가 지면 마당에 쑥을 태우는 모깃불이 타오르고 하얀 뚜껑의 양은솥에서 감자 옥수수를 삶은 단내가 피어오르면 짙은 여름이다 어느 해 여름 방학을 며칠 앞둔 날 매화학교엔 이경복 이규방 이규설 이런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시간의 늪이 오래되어 어느 분이 읍내로 출장.. 유치리 이야기 2012.08.27
몰도바의 푸시킨 올림픽 양궁은 두 사람이 번갈아 활을 쏘고 대기 시간이 거의 없어서 경기시간이 화살을 닮았다 시합이 금방 끝나고 잘한다는 사람이 떨어지기도 하여 긴장감은 높은데 저렇게 순간에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화살이 날려 탈락하니 선수처지에선 지고 나면 허무감 오래 갈거 같다 몰도바 .. 유치리 이야기 2012.08.04
고래 사냥 허먼 멜빌 더운 여름 풋내가 진동하는 옥수수 대궁을 잘라 그 단물을 먹으면서 삶은 옥수수 뜨거워 식던 시간이 천년같은 날 옥수수 대와 껍질은 작두쪽으로 가고 누렁이 밥이 된다 마루바닥에 배를 깔고 읽은 만화가 흰고래이다 얼굴에 머리는 한묶음이고 칼자국인지 줄이 여러개 가서 만화지만 .. 유치리 이야기 2012.07.06
아문젠 남극탐험 삼춘의 봄은 눈물에 진다 먼산에 눈이 녹고 진달래가 한 철 지나가면 사쿠라가 만발하고 살구꽃이 환할때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신장노엔 아카시아꽃이 핀다 꽃은 많았고 매미울움 파란색 실잠자리 색갈도 화려해 만상이 구비되었으나 유치리엔 책이 없었다 오래된 어깨동무를 보고 또 보.. 유치리 이야기 2012.07.03
토종닭의 말로 해변가에서 야구장에서 닭고기 튀김 이젠 치킨이라 우리말화 되었다 치킨과 맥주를 먹는걸 치맥이라 하던데 치맥을 생각하면 입맛이 다셔지는데... 한적한 시골길 가다 보면 검은 천막 같은게 있고 그 안에 더러 병아리들이 촘촘이 엎드려 있다 뛰어다닐만한 공간은 없고 저렇게 좁은 장.. 유치리 이야기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