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정일영 별리

guem56 2012. 10. 30. 11:04

가을비가

길게 오던 날

 

백거이가 말하길

근심을 끄려 술을 마시나

술이 깨면 다시 시름이 더 깊어진다던가

 

링거액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옆에서

고르지 못한 숨을 쉬는 사람을 보고 와서

시간을 술에 붙들어 맨다

 

깊은 밤에 마신 술은 새벽잠을 덜어가고

하여 오늘 새벽은 어쩌다 술없이 일어났는데

 

이른 아침

신김치를 썰어

반찬을 만들다가

 

사하라 사막에

무장게릴라 사진이 큼직하게 실린

잡지를 읽는 와중에

 

좋은 세상

동해 바다에 가서

더는 푸른 바다를 보며

소주 한잔을 못 기울고

그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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