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비가(悲歌) 정일영에게

guem56 2012. 10. 31. 00:05

삼춘의 봄이

눈물에 지고

 

여름은 더운듯

제발로 슬픈 가을이 왔다

 

밤듕에 마신 술은

새벽에 눈물이 되더니

이른 아침

 

재너머 정두병이

이승을 떠났다는 기별이 왔노라

 

미욱한

목숨은 질경이보다 더 질겨

모진 구경을 눈감아도 하게 되고

 

착하고 어진 사람은

뜬금없이 열명길을 가노라

 

구침(九針)의 묘(妙)

선단(仙丹)의 약(藥)을

깨쳤으나

 

염라국의

강압을 이길 수 없노라

 

가을의 낙엽처럼

슬픔이 겹겹이 쌓여

깊은 눈물은 마르고

한숨은 지나는 트럭의 파열음에 묻혀

 

푸른 은행잎이

노랗게 물듬을 하염없이 귀로 듣노라

 

세월 삼십년

숱한 술병이

저절로 눕고

밤은 깊어도

 

지난 기억에

잠이 달아나

불현듯 깨어

그대 마주한듯

다시 술잔을 드노라

 

이승의 인연은

내가 도솔천을 건너면

그대 기다리나

 

날이 밝으면

산길을 걷고

새소리를 들으며

잔명을 이어가야 하나

 

더 살아야 함이

그대의 뜻인가

나는 의심하노라

 

몽롱한

마음자리는 끊임없이 반추하노라

 

그대 먼저 가는 것일 뿐

곧 따라가서

오동잎이 그늘드린

너럭바위에

흑백의 돌을 놓아

집을 셀날이 다시 올까나

 

먼저 허허로이 가면

산사람은 어이 하나

 

그대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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