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6월에 유치리에서
청춘불패팀이 밤이 늦도록 모내기 하는 프로를 보았다
그 논에 심은 벼는 무늬가 생겨 가을 수확철엔
예쁜 글씨가 새겨질 것이라 한다
지금부터 3,40년전 유치리의 모내기를 생각해 보았다
그 시절엔 모내기 할 때
사람보다 소가 먼저 들어가 써래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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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리의 모내기
언땅이 녹고
햇살 받은 흙들이 부지런히
아지랑이를 퓌어올릴 새
시내 흘러 무논이 되면
검은 점 박힌 개구리 알이 올챙이가 되고
그 올챙이가 꼬리를 달았다가
개구리 울음이 터질 즈음이던가
밭가느라 힘든 소가 논으로 자리를 옮겨
써래를 끈다
소는 허연 김을 내뿜지만
아해들은 써래 날에 미끄러져 진흙물이 온 몸에 튀어도
웃다가 웃다가 입으로 들어온 진흙을 퇴퇴 뱉는다
논이 삶아지고 바닥이
평평해져서리
잔물결이 바람에 일렁일 새
온 동네 장정이 다 모여
못줄을 넘긴다
술이 달린 못줄이 길게 길게 넘어가면
아해들은 논두렁에 달라붙어
모내기 소리를 들어가며
긴 낮을 꼬박 붙어지낸다
멀리서
뚜아리 위에 하얀 양은 밥함지
또는 검붉은 세월이 앉은 나무함지가
묵직하니 아낙의 목을 타고
도랑과 논두랑을 건너
제누리와 새참으로 부지런히 들판에 내려 앉는다
그 구수한 밥냄새
시뻘건 고춧가루가 올라앉은 넓적한 두부지짐
세월이 흘러도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걸쭉한 막걸리 줄기와
내 뇌리에서 어제처럼 선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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