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청춘불패 유치리의 장발장

guem56 2010. 7. 21. 16:34

장이 서는 시동 장마장을 거쳐

매산초등학교 지나

 

오지울 가두둑을 거쳐

지금 청춘불패 촬영 촌장집을 지나면 상창고개가 나온다

 

유치리 신작로에

화랑부대 군인아저씨들이 구보하느라

흙먼지를 날리는 그길 따라

코스모스가 피어있었고

 

학교 다니면서

코스모스의 모종을 심고 물을 주던

초등상급생 또는 고학년이라 했던가

실제 그랬는지 가물가물하다

 

지금은 겨울에도 눈이 잘 안오지만

청와대 자하문 쪽으로 김신조가 오고

운두령에 승복어린이가 죽던 시절

 

그 무렵에 국민교육헌장도 나왔다

 

시동리와 유치리엔

겨울이면 먼 산에 눈이 켜켜이 쌓였고

가까운 논두렁엔 서릿발이 두텁게 섰고

 

물이 들은 논은 썰매장이 되었다

 

겨울은 길고 아이들은 할 일이 없었다

콩을 구워먹고

감자와 고구마를 아궁이 불에 넣었다 재로 파묻어

검댕을 털어가며 겨울은 깊어갔다

 

우리 집 방바닥 혹은 이불놓는 장농위에 책이 언제부턴가

두어권 돌아다녔는데

 

둘다 온전하질 않았다

겉장은 있으되 가운데 이하가 없었다

 

하나는

착한 고아 학생이 구두 닦으며 공부하는 만화였고

하나는 은촛대와 빵을 훔쳐서 18년을 감옥생활하고 나온 장발장

 

이런 설명문이 붙은 장발장이었다

 

둘다 열 살 안된 어린이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다만

불쌍한 코제트와 장발장 아저씨의 외투 그리고 짙은 수염이

어린 나에게 무서운 느낌을 주었다

 

사람이 무서운게 아니라

장발장은 또 잡혀가고 코제트는 어떻게 되나 그런 공포감

 

나는 5,6학년이 되어 이 장발장의 어린이용도서 완본을 구해보려 애를

써 봤으나

 

매산학교 도서관은 관이 아니라 책꽃이 두개 분량의 책장이었다

 

세월이 오래 흘러

 

나는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다

석삼년이 지나면

빅토를 위고의 오리지널 레미제라블을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내가 도회에 큰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 도서관을 보고 놀랬으나

그때는 그런 책을 읽어서는 안되고 영어 수학성적을 올려야 하는 세월이었다

 

나이들어 책을 좋아했으나

돈을 벌어야 했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물탄듯 술탄듯 되어

 

그 숱한 저녁날

쓸데없이 술먹고

테레비젼 연속극에 빠져 있었다

 

가능하면 책으로 돌아가

유치리의 어린 시절

코제트에 대한 궁금함을 이제야 풀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