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유치리의 수박(1)

guem56 2010. 7. 6. 16:15

날이 더우니 수박이 많이 팔린다

 

집집마다 나무로 깍은 예비군 총이 있던 시절

유치리에도 수박밭이 있었다

 

매산초등학교에서 건너다 보이는 현중이 집 너른 밭이

수박밭이었다

 

대장간 하시는 현중이 할아버지 아들이자 현중이 아버님

홍천 남면 용씨성을 쓰셨고  환자 설자 용환설씨께서 수박과 참외를 재배하셔서.

 

한여름 키우고 여름이 깊어지면

어디선가 트럭이 와서 서너시간 부릉거리다가 수박을 심고 떠났다

 

나는 일년에 한번인지 두번인지

그 밭에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다녀왔다

 

매산학교 운동장에 ...

매미소리가 하늘로 흐드러지고

검은 장수하늘소가 이리저리 날다 날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짙은 여름

 

더위에 놀다 놀다 몸이 늘어져 집에 오면

말씀이 적으신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한걸음 너비 작은 시내를 건너

현중이네 집으로 길을 잡으면

 

나는 그날이 수박 사러 가는 날인줄 알았다

 

사온 수박을 우물물 길러 담가 놓으면

저녁 상을 물리고

별이 총총한 밤이 되었을 적에

커다란 양은 소반에

칼날 소리 시원하게 쩍쩍 갈라지는 수박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그 여름밤에 벌레 쫓느라 타는 쑥내음과

별이 총총한 마당에서 마루위의 사람들을 쳐다보는

우리집 개의 눈빛이 늘 그때와 같이 성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