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청춘불패 가두둑 가는길 종점 상회

guem56 2010. 6. 19. 13:36

유치리의 겨울도 요즘은 따듯하나

예전엔 겨울이 추웠다

 

매산학교 옆 동샛골 가는길에 

 논이 얼면 대장간에서 만든 발구(썰매를 그리 불렀다)와

낫을 벼리던 그 쇠로 만든 무쇠?스케이트를 타는 풍경이 펼쳐졌다

 

눈이 깊으면 토끼가 내려온다던가?

 

규자와 방자를 쓰시는 이규방이란 선생님이 계셨다

수학이란 아이도 있었는데

 

수학이의 별명은 토끼 다리 술안주였다

 

아마 수학이 아버님이 겨울에 눈길에 덫을 놓아 토끼를 잡으신 전설이 있는 모양이다

선생님이 어느날 난로불이 벌건 겨울방학 바로 전 어느날 수업시간에

개학되면 집에 잡은 토끼 다리 가져오라고 농담을 건네신 뒤로

그런 별명이 붙은거 같다

 

물론 토끼 다리는 오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10여년 전인가?

전화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학이가 어찌 알고 나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홍천 팔봉에 살고 계신 아버님 댁을 수소문하여 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하였다

 

오지울 넘어 탄약부대 있는 가두둑

거기에 종점상회 가게를 한다고 하였다

 

그 뒤 서너해가 흘렀다

종점상회앞에 차를 대고 들어가 주인을 물으니

 

...

 

수학씨는 재작년인가 작고하고

그 가족은 읍내로 떠났다고 하였다

 

나는 말이 얼어붙어서 한참을 그 종점상회 앞마당에 서있다가 떠났다

 

수학이는 이마에 나무나 낫에 긁혔는지 상처가 있었다

늘 씨익 웃던 얼굴이 희미하다

 

종점상회는 여전히 잘 있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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