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청춘불패 유치리의 모내기....

guem56 2010. 7. 7. 17:57

얼마전 6월에 유치리에서

청춘불패팀이 밤이 늦도록 모내기 하는 프로를 보았다

그 논에 심은 벼는 무늬가 생겨 가을 수확철엔

예쁜 글씨가 새겨질 것이라 한다

 

지금부터 3,40년전 유치리의 모내기를 생각해 보았다

그 시절엔 모내기 할 때

사람보다 소가 먼저 들어가 써래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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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리의 모내기

 

  언땅이 녹고

햇살 받은 흙들이 부지런히

아지랑이를 퓌어올릴 새

 

시내 흘러 무논이 되면

검은 점 박힌 개구리 알이 올챙이가 되고

그 올챙이가 꼬리를 달았다가

개구리 울음이 터질 즈음이던가

 

밭가느라 힘든 소가 논으로 자리를 옮겨

써래를 끈다

소는 허연 김을 내뿜지만

 

아해들은 써래 날에 미끄러져 진흙물이 온 몸에 튀어도

웃다가 웃다가 입으로 들어온 진흙을 퇴퇴 뱉는다

 

논이 삶아지고 바닥이

평평해져서리

잔물결이 바람에 일렁일 새

온 동네 장정이 다 모여

못줄을 넘긴다

 

술이 달린 못줄이 길게 길게 넘어가면

아해들은 논두렁에 달라붙어

모내기 소리를 들어가며

긴 낮을 꼬박 붙어지낸다

 

멀리서

뚜아리 위에 하얀 양은 밥함지

또는 검붉은 세월이 앉은 나무함지가

묵직하니 아낙의 목을 타고

도랑과 논두랑을 건너

제누리와 새참으로 부지런히 들판에 내려 앉는다

 

 

그 구수한 밥냄새

시뻘건 고춧가루가 올라앉은 넓적한 두부지짐

세월이 흘러도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걸쭉한 막걸리 줄기와

내 뇌리에서 어제처럼 선명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