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유치리의 쌈밥 ...호박잎과 호박벌

guem56 2010. 8. 21. 10:13

 어렸을 때 내 살던

유치리 집에는

서울 쪽의 담장엔 흙벽돌 울타리이고

동쪽 속초 쪽의 담장은 나무 울타리였는지

아니면 흙담장 밖에 다시 나무 울타리가 있었는지

 

봄이 가고

여름이 올무렵

그 울타리를 타고 호박줄기가 올랐다

 

호박꽃은 노란색을 넘어 주황색으로 붉게 물들고

호박꽃닢이 두툼해질 즈음

향에 취해 호박벌이 날아들었다

 

호박벌을 잡는 재미에

호박꽃 안에 벌이 들어갈 새

호박꽃닢을 오므리면 되는데

꽃닢이 찢어지면 벌에 쏘였다....

 

벌이란

그냥 벌 호박벌 바다리 땡삐가

유치리 하늘을 날았다

 

손가락이 퉁퉁 부었으나

혼날까봐 이야길 못하고 며칠 지나 손가락은 가라앉았다

벌침도 일부러 맞는 세상인데

그때 맞은 숱한 침으로

오늘날 건강하게 사는 음덕이 되었는지 누가 알겠는가?

 

더운 여름

부엌이 아닌 마당 한가운데 솥이 걸리고

보리쌀 냄새가 익어갈 새

아이 손바닥만한 여린 순에서

수박덩이 만한 큰 닢까지 호박닢을 찐다

 

장항아리에 묵은 된장은

검은색 갈색 노란색사이를 넘나들고

시큼하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짭짜름하기도 하다

안즉 녹지 않은 콩알이 듬성듬성한 된장을 얹어

 

김이 식지않은 호박닢에 보리밥을 놓고

된장이 마늘이나 파와 함께 들어가면 쌈이 된다

여린 상추닢과 쑥갓이 풋고추와

누워있는 소반이 비울즈음

밤이 깊어가던 시절이

유치리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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