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유치리의 라디오

guem56 2010. 8. 27. 11:37

  칠레 북부 작은 탄광에서

갱도가 무너져 700미터 지하에

설흔명 넘는 사람이 고립되어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작은 통로로 물과 식량이 들어가고 카메라도 들어가서

곧 얼굴을 볼거 같다

 

구조는 크리스마스때까지 갈지도 모른다 한다

 

 

어느 해 여름

몹시 덥던 날 밤이라 기억된다

 

유치리엔 밤에 라디오 소리가 어둠속에서

쉑쉑이는 잡음과 함께 밤을 알린다

 

어른들이 많이 모여서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다

 

그 때가 내가 국민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은 배구 가르치던 이경복 선생님이라

늘 시합나가고 훈련가시느라

수업을 자주 빼먹으셨던 때

 

탄광이 뭔지 잘 모르던 때인데

양창선이란 사람이 오래 오래 파묻혀 있다가 살아나왔다고

라디오에서 몹시 흥분한 아나운서가 소식을 전했다

 

여기는 태국의 수도 방콕

말씀드리는 순간 이회택 선수 공잡아서

 

또는 여기는 마닐라

신동파 선수

 

늘 라디오엔 신동파의 이름이 떨리는 목소리로 나왔다

아나운서 이광자...이광재인지..

 

아무튼 그런 목소리였다

 

우리집 라디오는

네모 나무통에 둥그런 얇은 철사망이 걸린 모양이었다

 

어느해 가을인지

아버지가 가까운 시동장 전파상에 이야길 해서

그집 주인아저씨가 밤에 라디오를 자전거로 가져오셨다

 

라디오는 너무 작고 예뻤으며

일제라 했는데 값은 어른들의 말씀으로 미뤄 보아 7천원으로 기억한다

 

그 라디오엔 National이란 영어표기가 있었던듯 하다

2000년 넘어서 어머니 집에 살던 라디오가 시골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사라진듯 하다

 

그전에 내가 그런 말을 한듯하다

이 라디오는 오래 오래 보관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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