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청춘불패 유치리의 옥수수

guem56 2010. 8. 10. 23:07

 홍천에서 속초가는 국도

지금은 길이 많이 좋아져서

피서철에도 차가 달리지만

2000년 전

7월 8월엔 가도 가도

피서 차량이었다

 

신남에서 인제 원통

군축령 넘어가는 고개

 

그리고 소양강 물줄기에 걸친 남교리 부평리

길가마다 옥수수 파는 아저씨들이 늘어섰다

 

요즘은 천막이 그럴듯하고

감자떡과 안흥찐빵이 더불어 친구를 하지만

그 당시엔

버스 타이어가 스쳐 지나가는 길가에

드럼통을 잘라놓은 화덕위에

커다란 양은솥이 걸렸었다...

 

내가 그길을 무수히 오가며

단 한번도 옥수수 솥을 한눈으로 스쳐지나질 못했고

단 한번도 사먹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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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돌이 많이 나서

한때 수석을 찾는이들을 불러 들였던

남한강줄기 목계

거길 지나 수안보

충청남도로 굽이돌면

골골이 붙은 현수막에

대학옥수수

 

옥수수 껍질이 산을 이루는 고개길에서

물씬한 <옥씨기>찌는 내음새가 코를 눌러도

그냥 지나간 것은....................

 

내고향 유치리의 옥수수가 여운이 너무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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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라지

그리고 보라색 도라지

영롱한 이슬이 흐르고

땅을 보고 내리는 수세미 줄기가 하염없을 때

옥수수도 익었다

 

옥수수가 자라

키가 오르면

소가 먼저 알았다

 

시골엔 달콤한 것이 귀했다

옥수수 대를 낫으로 치면 단물이 흘렀다

긴긴 겨울 볕짚 삶은 쇠죽에 물린 소는

옥수수 대를 워낙 좋아했다

시퍼런 작두날에 쓸린 옥수수 대를

소는 억센 혀로 아이스크림처럼 넘겼다

 

 

나는 소가 되어 그 푸른 옥수수대

하얀 속살을 씹으며 여름을 지냈다

 

옥수수 닢에 쌓인 옥수수떡

알록알록한 찹쌀 옥수수

 

그대들은 또한 기억하는가?

이 더운 여름

여기저기서 보내준 옥수수를 아무리 삶아도

오랜 세월

그 단물을 되새김하는

황소에 빙의가 되어

나는 옥수수알을 차마 못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