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 아직 없었던 시절인지 1970년대
누런 유치리 들판에 메뚜기가
볏잎처럼 색이 노랗던 가을이 오면
벼는 낱알의 무게에 눌려 고개를 숙인다
추석이 이르면 아직 타작을 하기는 그렇고
햅쌀은 차례상에 올려야 하고
농부는 논에 들어가 낫을 대고
벼를 스무사람 먹을 만한 쌀이 나오게 베어낸다
방앗간에 안가도 절구로 하는지
쌀알은 나온다
햅쌀에 밥을 지으면 기름이 흐른다던데
나는 그 밥맛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햇곡을 얻으러 논에 다녀온
마을 어느 아저씨가
손에 낱알을 흔드시며
이게 밥이 될라나 아직 덜 여물었네
그 목소리가 아스라하다
그리고
그때는 메뚜기 잡는 일이 가장 큰 일이라
추석은 뒷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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