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
아침이 서늘하고 서리가 내리려 할 때
무청잎이 끝이 노랄 무렵
밭에서 무를 뽑는다
그 옛날 유치리에선 무 배추를 뽑아
김장을 담그고
남은 것은
흙구덩이를 파고 배추는 묻고
무는 무광에 넣어
두고 두고 꺼내 봄이 와도
지난 가을 야채를 상에 올렸다
무는 달고 시원하며
그래서 그런지
무국이나 무나물을 즐겨 먹으면
위장이 좋아지고 급한 성격이 줄어든다
중국 당나라 시절의 문장가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 種樹郭槖陀傳>이란 글이 있다
곽탁타란 외모가 한참 떨어지는 사람이
나무와 화훼를 잘 가꾸어 소문이 났는데
식물의 본성을 잘 알아서 그런 재주가 있고
나라 다스리는 이치도 같은거라는 작가의 주장이 있는 글이다
올해
무 배추값이 비싸면서 떨어질 줄 모른다
강원도 홍천 내면은 고랭지 배추 무 재배가 성한 곳이다
50대 중반의 박상국이란 아저씨가 있다
무를 잘 키우는 법을 아시는 분이라
내면에 밭을 빌려 배추와 무를 많이 키워서
작년과 그러께는 별로 값이 안맞어서 별로 재미를 못보았는데
올해는 농사가 잘된데다
소비자의 마음과는 별도로
값이 너무 좋아서 대박을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봄부터
높은 고지대에 콘테이너를 놓고
홀로 깊은 가을까지 지내야 하며
거기는 전기도 없어서 촛불을 켜고
어둠이 내리면 긴 밤을
외로움과 무서움을 견디며
난로불 피고 아침까지 기다리는 고생이 있는 것이라
웬만한 사람은 하기 어렵단다
5시 되기전 새벽에
일하는 분들이 스물 설흔 분씩 오면
밭의 위치를 가르쳐 사람을 인도하고
무와 배추의 생육상태에 따라 어떤 일을 해달라고
잘 주문해야 농사가 되니
야구로 말하면 감독역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끝이 안보이는 높은 지대
배추 밭에 곧 트럭이 들어서고
수천 트럭이 서울로 서울로 꼬리지어 가버리면
아저씨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서 겨울을 나고
봄 아지랑이가 솟을 무렵 다시 산을 찾을 것이니
인생이란 서로 하는 일이 많이 다른데
다만 배추와 무는 누구나 비슷하게 먹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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