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인셉션)

guem56 2010. 10. 5. 12:34

장자 제물론에 호접몽 이야기가 있는데

그 앞절에 다음과 같은 구절도 있다

 

夢飮酒者 旦而哭泣 夢哭泣者 旦而田獵

方其夢也 不知其夢也

 

꿈에 술을 마신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울고

꿈에 울었던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사냥을 떠난다

방금 꿈을 꾸었으되 꿈인지 모른다

 

 

가을 밤은 깊어가고

생각은 실타래처럼 얽힌다

 

추어탕 집은 두 종류가 있다

야채값이 뛴 요즘에도

우거지와 향이 짙은 쑥갓 부추가 넉넉하여

깊은 맛을 내는 집이 있고

 

미꾸라지가 한두마리 지나갔는지

멀건 국물에 먹다보면

먹는 사람의 기운이 스스르 빠져 나가는 느낌이 있다 할 정도의 집이 있다

 

 

테레비젼 앞에서 졸다가

깜박 잠이 들어

두어군데 추어탕 집을 다녀온 끝에

어두운 밤 아파트 단지 주차장 한켠에서

끝나는 비인지 시작하는 비인지

지나가는 비인지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피하며

또 생각에 잠긴다

 

내일 아침

이 꿈 속의 순례를 글자로 올리면

나는 어제 밤의 사건을 정말 꿈으로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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