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석(기억의 저편)

guem56 2010. 9. 18. 12:15

추석은 해마다 돌아오고

가을엔 벼가 익는다

 

기억이란 어제가 몇 년전보다

선명하고 분명할거라 생각하는데

이건 착각이거나

 

사람에 따라 그렇지 않은 수가 있거나

 

특정사건이나 추석같은 반복되는 기념일에 대해서는

오랜 과거가 작년 재작년보다 더 또렷할 수가 있다

 

추석의 묘사는 소설 <토지>에서 아주 밝다

추석을 그린 박경리 선생의 토지부분은

고등학교 언어시험에서도 단골 지문으로 나온다

 

나의 추석에 대한 기억은

누런 들판과 메뚜기다

초등학교 2,3학년 시절 같다

 

메뚜기 잡으러 한달을 논으로 다니던 시절이고

더 큰 아이들은 성냥을 가지고 다녀서

들판에 불을 놓고 방아개비를 구어먹던 시절

새카맣게 탄 방아개비를 얻어먹던 때

 

어른들을 만나면 불놓은 형들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없다

가을 들판의 불은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질색을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추석은

고등학교 다닐 때 같다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때이다

 

자가용이 없던 시절

너도 나도 터미널로 몰려

버스앞에 줄을 서서

매캐한 휘발유 냄새를 맡으며

줄이 휘어지면 누가 들어올까봐 소변을 참던

그때가 어제 같다

 

9월9일 중양절

중국사람들이 크게 명절로 치는 날

가족과 떨어진 왕유가 남긴 시의 한구절

 

매봉가절배사친(每逢佳節倍思親)

 

명절이 오면 더 혈육이 생각난다는 이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럴 것이다

 

다만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겐 추석도 무서운가 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중산층이 늘어난다면 추석은

많은 사람에게 즐거울 날일텐데

 

어두운 표정의 사람들이 올해 추석엔 유난히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