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가 끝나고
이런 저런 화면에서 눈이 시달리다
자정이 넘어 잠이 드는데 잠이 싱겁다
80년대 어느해
날마다 잠을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자는
병사였는데
부대는 보초를 서는 까닭에
날마다 두시간씩 잠을 공제한다
10시에서 12시 그 다음날은 12시에서 2시
이런 식으로 보초서는 시간이 바뀐다
말번초라해서 4시부터 6시 보초가 되면
옷을 갈아입느라 3시 반이 넘으면 바로 일어나니
6시끝나고 바로 얼굴에 물 묻히고 밥을 먹으러 간다
깊어가는 가을날
낙옆이 밟히고
달이 하늘에 휑뎅그레하면
두시간이 천년처럼 길다
물기라곤 하나 없이 마른 솔방울처럼 단단한
건빵 서너조각을 입에 넣고
별을 보고 달을 보다 보면
다음 보초가 오는 소리가 꿈결처럼 들리고
자러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만큼
후임보초가 한없이 불쌍해 보인다
여기서 나가면
시간과 명령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오만가지 찬란한 무지개다리를 만들다가
내무반 검은 담요아래
삭신이 나무등걸처럼 스러진다
아카시아 꽃이 피고 지고 또 피면
나온다던 그 시절이 한없이 길더만
강산이 두어변 변한 오늘밤 12시엔
잠이 달지가 않고
덫과 올무가 수두룩한 산기슭을
먹이 찾아 주행하는 짐승처럼
생활전장에서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다
사회로 나갈 희망속에 별빛을 바라보던
그때에 비해
요즘 무슨 별빛을 바라보며
시간을 메우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줄에 밀려 들어가는 입장객처럼
어느 힘에 밀려서 살아가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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