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텔레비젼에서
서해바다 홍도가 나오고
거기 바닷가 바위틈에서 거북손을 보여준다
난생 처음 보는 조개이다
주민의 인터뷰를 보니
과거 배고팠던 시절에 저 거북손을 따서 허기를 면한 적이 있어
아련하고 지금은 무척 맛있는 음식인가 보다
언젠가 홍도나 다른 바닷가에 가면 찾아볼 생각이다
배고픈 시절 이야기를 하니 개구리가 생각난다
지금은 개구리는 잡으면 법에 걸리는 보호종이다
옛날 한국 청소년 축구팀이 4강에 오른 적이 있다
그시절 흑백티브이로 보았던거 같은데 아무튼
여기저기 축구 이야기로 월드컵 열기만큼 뜨거웠던
80년대 초...
강원도 홍천 철정검문소에서 인제 상남으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
이 구불구불한 신작로를 버스를 타고 넘다보면
진흙길에 버스가 거친 숨을 쉬다가
해가 기울 무렵
장려한 고개 길이 구비구비 펼쳐지니
아홉사리 고개라 하고 예전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전한다
그 고개를 내려가면
상남이 나온다 ...
여기서 길따라 가면
현리(기린)로 가고 꺽어져 가면 미산으로 들어간다
미산은 아름다워 미산인데 다음에 이야기 하고
그 상남에 김씨 아저씨가 살고 계셨는데
말수가 적으시고
소주 한잔 하시면 빙그레 웃으시다
자리를 나앉는 분인데
어느 가을 보름달이 휘황한 날
그 댁 마당에서 얼근하게 소주 자리가 있었고
말씀을 꺼내셔 한참을 들은 이야기다
625사변 때
인민군이 들어오고 나가고 국군이 지나가고 그런 와중에
징집될 20대 무렵이라
산으로 도망을 가서 지냈는데
한 해 겨울을 개구리를 잡아서 먹고 살았다고....
벌써 30년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오늘날 상남은 아스팔트가 지나서
그 아름다운 구비구비 사행천 미산도
도회지의 버스와 지프가 미어 터진다
연암의 글에 친구 백동수를 배웅하는 글이 있다
백동수가 가솔을 거느리고 인제 기린협으로 먹고 살러
떠나서 그를 보내는 전별문이다
그 즈음 개구리 이야기를 듣던 시절에
나는 상남에서 백씨성을 가진 사람을 만난적이 있고
들어보니 그집만 거기서 할아버지 적부터 살았다 했다
세상은 변하고 기억은 희미한데
거북손 나오는 방송을 보고 잠시 과거로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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