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짧아서
더운듯 어느새 춥고
낙엽도 끝물인듯 하다
서울서 속초가는 길
헌병이 올라 검문을 하던 철정검문소를 지나
내촌면으로 들어서 한참 더 가면
아홉살이 고개를 만난다
꾸불꾸불 진흙과 모래길의 비포장도로
석양이 물들면 먼산이 흐릿해 바다를 보듯이
사방이 아스라한테 이 고개를 넘어가면
인제 상남이 있다
상남에서 작은 길로 접어들면 거기가 미산이다
80년대 미산에도 길은 있었다
물이 맑고 작은 모래톱과 바위들이 어울린 틈에
소나무가 똬리를 틀고
시내는 빙빙 휘감아 도는 사행천
한참 올라가다 보면 교실이 한칸인지 두칸인지
미니학교 미산 분교가 있었다
어느 핸가
내면 창촌에서 부터 상남으로 길이 만들어져
다이나마이트가 터지고 아스팔트가 생겼다
구절양장 아름답던 굽이굽이 시내물은
곧게 펴지고 소나무 켜를 이룬 둔덕에는
민박이 들어서고 그 민박은 세월에 헐리고
다시 페인트 색상이 상큼한 펜션이 되었다
맑은 물에 떠서 점점이 흐르던 낙엽은
아스팔트에 묻혔다
조선팔도 어디를 가도
그냥 옛날로 남은 산과 물이 있으랴만
내 기억에 옹곳이 자리잡은 82년 가을의 미산은
사진 한 장 없이
늘 꿈결에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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