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동파육

guem56 2010. 11. 5. 11:31

 정조 순조시대에 살았던 선비

김계온(金啓溫)은 시화에 뛰어나고 산수를 직접 발로 다녔다

 

정묘년(순조 7년 1807)에 강에 배를 띄우고

흥을 기록한 시집 범호첩(泛湖帖)에 서문을 남긴다

 

그런데 뱃놀이 한 날이 칠월 보름이다

음력이니 가을날일 것이다

 

중국 송나라 소동파가 적벽에서 뱃놀이 하고 지은

노래가 적벽부이며 그 날이 칠월 보름쯤이라

 

소동파의 유유자적을 흠모하는 선비들이 그와 비슷하게

뱃놀이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소동파는 다산 추사의 문집에서도 수시로 언급된다

조선시대에 과거과목은 사서삼경의 경학이 위주였으나

선비 양반층들은 소동파 문집을 곁에 두고 늘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소동파가 황주로 유배가고 나서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는데

그때 만든 요리가 동파육이고 나중에 항저우로 벼슬살이 와서

항저우의 태호에 제방을 쌓고 한창 글을 지을 때

그 요리를 더욱 개발하여

 

천년 지난 오늘날도 동파육(뚱포러우)은 항저우의 대표적인 명물 요리가 되었다

 

중국 TV요리 프로그램에서 동파육 만드는 법을 어제 보았다

 

큰 남비에 돼지옆구리 두툼한 살덩어리를 삶는다

이를 사각으로 자르는데 위쪽은 돼지껍데기를 오게 하고

그 사각형 모양의 고기를 편평한 그릇에 대나무 발을 깔고 수평하게 담아서 갖은 야채와

간장류의 소스를 얹어 찜한다

 

찜하는 그릇은 도자기류이다

뚜껑을 덮고 작은 불로 은근하게 한시간 이상 찜하면

입에 살살 녹는 동파육이 된다

 

취향에 따라 좀 짜게 달게 맵게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한나절 시간을 잡아 집에서도 해볼만한 요리이다.

 

상하이 항저우는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간다

거기서 동파육을 먹어봤다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찜냄비에 가져온 동파육을 둥그런 식탁에서 여러사람이 한 점씩 집어먹으니

다 없어져서 맛을 보는 순간이 너무 짧았으나 대단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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