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허먼 멜빌 ...흰고래

guem56 2010. 10. 29. 16:38

 책이 귀한게 아니라 거의 없던 시절

내 살던 시골 유치리에 어린이 잡지가 어쩌다 찾아들면

 

그 안에 만화가 있었고

그것이 백경(흰고래)였다

 

흰고래 잡는 포경선에 에이허브 선장의 수염과

작살 잘 던지는 인디언인지

문신을 온몸에 한 그 만화 속 선원모습이 무척 무서웠는데

 

 

잡지가 다달이 시골에 제대로 접속이 안되어

(오랜 기억을 더듬으면 그때 부대에 군인가족 자녀들이 그마나

농촌 아이들 보다 잘 살어서 잡지를 사보고 가끔씩 학교에 가지고 와서

자랑하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그래서 얻어 본거 같다)

만화의 결말을 모르고 지냈다

 

언젠가 그 만화가 백경이란 문학작품이고 멜빌이란 작가의 역작임을 알았다

이건 아마 1980년대 살림살이가 웬만한 집 서재에 폼으로 모셔둔

세계문학전집에서 본 듯하다

 

먹고 살기 바쁘고 철이 없어서 또한 못읽었고

 

10여년전 서울 광화문을 걷다가 멜빌의 (Billy Budd)란 소설을 영문으로 교보에서

샀는데, 앞에 소개한 내용만 보고 본문은 못 본 채로 책은 어딘가에 머물 것이다

거기엔 멜빌의 만년 은둔하다시피한 불행한 삶과 

사후에 이름이 알려진 상황이 담담하게 적혀 있었다

 

가을 책 읽기 좋다는 계절인데

나는 책보단 살아가는 일에 바쁘다.

 

뉴욕을 소개하는 잡지글에..

뉴욕 이스트 강가엔 멜빌의 흔적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멜빌을 생각해본다

 

그는 술을 많이 마셨고 

결혼생활이 불행했으며

경제적으로 힘들고

세관원 사무소에서 사무직으로 지내면서

20대 젊은 시절에 남태평양 넓은 바다를 떠돌던 기억을 그리워 했던 거 같다

 

세익스피어는 사람의 일생은 사소한 그 사람의 성향 성격이 결정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는데, 내성적이고 말수 적은 사람은 스스로를 가두고

답답하게 살아간다

 

멜빌이 그런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소설이나 시, 또는 그에 관한 전기는 읽을 틈이 없을 듯 하다

 

언제부턴가 삶에서 잠자는 시간

전철이나 차를 타고 가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걷어 내면

책 읽은 시간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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