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이 많이 내렸다
구제역이 맹렬한 기세로 퍼진다 하는데
소키우는 사람들은 속이 바작 타들어가는데 무심히 눈은 내린다
1970년대
인제 홍천엔 눈이 엄청 내렸다
11월이면 먼 산이 하얗게 되고
이듬해 삼월은 되어야 희끗하니 눈이 녹았는데
요즘은 겨울에 눈보기 힘들다
언제 외었는지 모르나..
성삼문의 시조가 늘 생각난다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 하리라...
아마 초등학교때 혹은 중학교때
국사시간에 어느 선생님이 가르쳐 준듯한다
만건곤이 뭔지 몰라서 나중에 알았는데
어느핸가 전라도 진도 어느 박물관에 갔을 때
하위지 선생이 쓴 친필 편지를 보고
다시 이 시조를 생각하고 눈가에 이슬이 묻은 적이 있다
명나라 만고충신 방효유의 글을 읽고 다시 성삼문을 생각했었다
중학교 때 미술교과서나 국어책엔 늘 강희안의 고사관수도가 그려져 있었다
80년대 을유문고판 800원을 주고
지금은 사라진 춘천 명동 청구서적에서
양화소록이란 책을 샀다
이 책을 지은이가
역시 강희안이고
수양이 권력에 눈이 멀어
강희안 역시 국문을 받을 때
성삼문의 구명으로 살아났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내가 삶이 스산하여
나무를 키우고 살려고 했으나 그것도
여건이 되질 않았다
양화소록은 글빚으로 남았는데
언젠가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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