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안똔 체호브 그리고 이효석

guem56 2010. 12. 30. 15:34

1860년 안톤 체호프가

흑해의 아조프지역에서 태어나 올해 탄신 150주년이라 한다

 

시베리아 철도가 지나가는 글라조프(Glazov)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곳은 전략 요충지인데

 

러시아 내전 당시 백군이 점령했던 도시이다

 

이곳에 올가라는 여배우가 태어났고

그는 체호프와 결혼해서 이 도시에 머물르기도 했다

 

백군을 지휘했던 해군제독 콜차크의 마지막 몇년을 기록한 영화

제독의 연인에서 여주인공도 연극 영화인으로 지내면서 20세기 후반부까지 생존했다

 

올가는 1959년에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다

체호프와의 결혼 생활은 몇 년을 못 넘겼다

 

의사로 개업을 했던 체호프는 정작 자신의 폐는 고치질 못하고 40대의 짧은 생을 마쳤다

 

나는 오래 전에 메밀꽃이 듬성듬성한 평창 봉평에 갔었다

그때 이효석의 생가엔 실제 농민이 살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표지도 없고 원두막 물레방아도 설치되지 않아서

지나는 마을 사람에게 물어 물어

오솔길을 접어들어

 

더운날 여러 식물이 초록을 뿜어내던 낮에

효석의 생가 마당에서 10여분 서성이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효석의 단편을 읽으면서 그 앞에 해설부분에

효석의 작품은 체호프와 많이 닮았다는 글을 보았는데

 

왜 효석이 하얼빈에 갔었고

러시아 향이 짙은 <노령근해>를 썼는지 이제야 알듯하다

 

죽림칠현 혜강이 청산녹수에 세월을 농한 줄만 알았고

구양수가 취옹정에서 술독에 빠진 줄만 알았으나

 

혜강은 권력에 저항하여 형장의 이슬이 되었고

구양수는 처절한 정쟁의 와중에서 밀려난 것이었다

 

체호프의 머리속엔 평등 세상의 이상이 있었고

효석도 커피를 좋아하고 마음은 여렸던듯 하나

인간이 서로 상생하는 이상의 사회에 대한 동경은 강했던 듯 하다

 

두 사람 모두 몸이 허약하여

온천 지역에서 요양을 하다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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