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신부님의 지프차 <cinq>

guem56 2011. 1. 7. 14:05

북에서 간첩 김신조가 넘어오기 전으로 기억한다

유치리 매산초교

우리집 옆에는 친구 조병희가 살았다

 

그집은 누나가 많았은데 한 사람 이름은 조옥자로 기억한다

병희 아버지께서 이장을 하셨는지 구장댁이라 불렀다

 

그 집은 신작로 바로 옆 사랑방에 병희 할아버지가 계셨고

마당 건너 안방이 컸는데

 

방에 놀러 들어가면

커다란 사진이 있었고

그 사진속 사람은 살이 통통한 얼굴로 눈이 크고

곱슬머리였다

 

세월이 한참 흘러 나는 그 사진의 주인공이 예수란걸 알았다

십자가가 걸려있고

가시관을 쓴 사람이 매달려 있어서

어린 나는

십자가와 예수상이 있는 방 아래쪽을

 

겁이 많은 나는 바로 볼 수 없었다

그 예수상 아래 쪽엔 달력이 있었고

낡은 벽엔 <우리는 대한민국을....>무슨 문구와 함께

별이 그려진 미국국기와

두사람이 악수 하는 손모양의 ...

아마도 미국에서 원조오는 밀가루 포대의 벽지가 있었던거 같다

 

 

일요일날 병희네 가족은 향화터

큰 저수지 아래

지붕은 초가이나 벽이 반듯한 성당으로 갔다

그 성당은 공소였다

 

가끔씩 마을 신작로에 일요일엔 검은 지프차가 지나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차 구경을 하고 싶은 나는 일요일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내눈엔 그 지프차가 단 한번 눈에 띄였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그리고 언젠가 그 차안에서인지

아니면 실제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인지

 

예수사진보다 더 살이 찐

희고 붉은 얼굴의 검은 사제복을 입은 백인 신부를 본 적이 있다

 

큰 저수지 바로 위는 금은산이고 금은산자락을 넘어가면

횡성 유현리

역사 깊은 풍수원 성당이 있다

 

아마도 조선시대 박해를 피해 천주교도가 이곳 유치리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오늘 잡지를 보다가

열두제자의 순교지가 적힌 도표가 있길래 살펴보니

베드로는 맹수가 살육을 벌이는 원형경기장의 로마인데

도마는 인도 땅이다

깜짝 놀라 보니 ..............

 

예수의 열두 제자 중 도마는

예수 사후에 인도로 전도를 떠났다고 한다

지금도 인도 동남부 타밀나두 주의 첸나이

 

그 도시의 남쪽에 미라포르(Mylapore)

거기에서 도마가 서기 72년쯤 다른 종교인에 의해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첸나이엔 16세기에 포루투칼인들이 들어와 산토메 성당을 지었고 이곳에 도마의 유해가

옮겨져 안치되었다고 전한다

 

이태백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신라인

혜초는

뱃길로 수마트라를 거쳐 인도로 갔다

 

육로로 돌아온 그는 787년에 샨시성 우타이산(五臺山)에서 입적했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로병사

인생의 고해를 허우적거리다

태어난 땅의 가까운 곳에서 죽는다

 

멀리 여행을 떠나 돌아온다면 좀더 인생이 길게 느껴질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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