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리 이야기

조청과 가래떡 <dix-sept>

guem56 2011. 1. 26. 18:46

올해 겨울은 꽤 춥다

설밑이라 사람들이 고향갈 생각도 하고

만두빚어 먹는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설도 예전 설같지는 않다

 

특히 반듯한 사각형 비닐인지 페트인지 통안에 담겨진

두부를 보면

그걸 사다 먹어야 하고

옛날 유치리

 

 새벽에 짙은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면

그건 두부 만드는 집이다

 

매캐한 휘발유 냄새가 하늘을 타고 돌면

우렁찬 발동기 소리가 뒤따르고

아낙들은 하루종일 방앗간 언저리를 맴돌다가

해가 질 녘이면

함지에 가래떡을 가득 뽑아 똬리에 이고 논두렁길을 걸었다

 

재숙이네 디딜방아도 바쁘고

집집마다 맷돌이 돌아

콩은 물에 젖은 채 콩국물이 되어 나온다

 

검은 가마솥은 연신 김을 내뿜으며

아궁이는 소나무 장작을 삼키고

 

쉴 새 없이 기다랗고 두툼한 나무주걱이

솥안에서 맴을 돌면

두부가 나오거나 조청이 나온다

 

유치리엔 달달한 것이 셋있으니

하나는 감미 ...사카린 당원이었고

하나는 조청이었으며

하나는 설탕이었다

 

설탕은 있다는 이야긴 들었으나 잘 안먹는 부자들 단가루였고

조청은 아이들이 입에 쩌억 달라 붙으니 기피했다

 

몸에 좋은지 잘 모르니

감미를 가져다가 우물물에 타서 먹으며 좋아라 하고 놀기도 했다

 

조청은 또 엿이 되고

바짝 구운 콩이 박힌 엿을 망치로 깨먹으며

입안에 달라 붙은 엿을 시간을 들여 우물우물 떼어내면

해가 저물었다

 

 

중국

사람들이 억수로 많이 산다는

충칭아래

꾸이조우

온통 산으로 덮인 이 넓은 땅엔

 

소수민족이 많이 살고

그중엔 전체 인구가 1천만이라는 마오족이 산다

 

얼마전

마오족은 고구려사람들이라는 책이 나왔다

그 책 소개글을 봐서 그런지

 

꾸이조우의 풍속 음식을 취재한 중국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는데

마오족인지? 엿을 솥에 고아서 나무에 걸어 뽑아내는 장면이 나오던데

우리나라 엿만드는 모습과 거의 판박이라.....

 

게다가 마오족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술을 내오고 권하며

춤을 즐기고 바지 입고 춤추는 모습하며....

 

설밑에 추위에 몸이 오그라들면서

따듯한 어묵국물이 생각이 나던데

더 시간을 앞서 가보니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바가지로 퍼올린

초두붓물에 간장을 부어 마시던 유치리 사람들이 무성영화 화면처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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