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레마르크 개선문 백담사 가는길<dix>

guem56 2011. 1. 13. 14:15

1660년 경자년에 환갑이 넘은

허목이 삼척부사가 되었다

 

그는 평강 양구쪽을 거쳐 인제동쪽 남교(嵐校)까지 간다

거기서 한계령아래쪽으로 돌아서 양양 낙산사로 빠져 나간다

 

옛날 사람들이 동해로 빠져 나가던 길이 지금은 어디인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남교리는 지금 설악산의 십이선녀탕 가는 길목이고

거기서 좀더 안으로 들어가면

용대리 백담사 가는 길이다

 

1712년 김창즙은 동쪽으로 산수 유람을 떠나니

금강산을 거쳐 해안에서 설악으로 들어와

백담사(예전 이름은 심원사)로 가서 영시암에 머무는 형 김창흡을 만난다

 

백담계곡이 설악을 빠져 나와 남교리로 흘러가면서 물의 양이 많이 는다

용대리앞엔 예전엔 비포장 신작로가 있었다

지금은 아스팔트가 놓이고 길도 넓어졌으며

미시령으로 가는 차량이 많다

 

예전에 용대초교 앞 강가에는 작은 바위가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그 바위에서 나는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읽었다

 

삼중당 문고 200원의 얇은 책이다

살다보니 그 책이 안보이는데 어디 있을 지도 모른다

 

쫓기는 의사 라비크와 불안한 연인 조앙 마두의 이야기이다

 

책의 내용은 뒤로 갈수록 어두워지고

사랑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깔바도스라는 사과술 이름을 알았다

 

긴 여름 그 책을 다 읽으면 딱히 할 일도 없고

내용이 재미있어서 조금씩 조금씩 나눠 읽었다

 

한꺼번에 읽기는 아까웠다

 

30년 세월이 훌쩍 흘러

작년 12월에 나는 교보문고에 갔다

 

이리저리 숱한 사람들의 발길에 밀려 다니다가

내 앞에 하얀 표지의 책 한권을 독일어서적 서가에서 보았다

 

Arc de Triomphe

개선문....독일어 원판 소설이었다

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나왔다

 

원래 소설 개선문 제목은 프랑스어라는 사실도 알았다.

 

오랜 세월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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