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성삼문의 천지송<vingt-quatore>

guem56 2011. 2. 10. 17:54

풍고(楓皐)집은 정조의 사돈 김조순의 개인문집이다

그 풍고집을 보다가

천지송이란 시를 보았다

 

 

...........................

 

쉴 새 없이 시내버스가 드나드는 베이징

팔달령 만리장성쪽으로 빠져나오면

넓은 평원에 과수농장이 유장하게 자리잡아

번잡한 곳이 어드메뇨 하고 묻는다

 

저 넓은 땅에 농약도 안치고 여러 과일을 심는다니

복받은 천혜의 땅이고 사람이 10억이 넘어도 다 먹을 복 차고 나올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평지에 언덕과 산이 나타난다 싶으면 이곳이 명나라 황제릉인 십삼릉이다

 

임진왜란때에 이여송군을 파견하여

조선사람들한테 큰 숭배를 받은 만력제가 정릉에 누워있고

정릉에서 멀리 내다보이는 산기슭에 영락제의 장릉(長陵)이 있다

 

바로 이 영락제가 만고충신이며 대학자인 방효유 선생을 참시한 인물이다

역사는 다른 땅에서 다른 시간에 반복되는가?

 

수양대군은 영락제처럼 조카를 죽이고 권력을 차지하고

역시 사육신을 죽인다

 

내가 저 멀리 영락제의 장릉이 있는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방효유와 성삼문을 생각한지 열흘이 안되어 오늘

우연히 풍고집을 보게 되고 성삼문을 기리는 시를 만났다

 

 

만고충절 성삼문이 살던 집에

성삼문이 심은 소나무가 있다

 

그 나무가 낙락장송으로 자라고

사람들이 성삼문 선생의 충절을 기려

오며 가며 충신의 남은 자리를 깊이 감복하니

그 정황을 김조순이 시로 읊었다

 

성삼문 선생의 혼이 담긴 소나무가 지금부터 200여년전엔 서울 한복판에

백척고송으로 당당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千枝松

松蓋成公三問故墟之植也

公嘗封之至今直節森然人猶惜而護之

松之名將竝公名不泯公之迹亦有松可撫也

 

 

百尺孤松紫閣陰

成公不死歲寒心

籟鳴白日靈如下

根到黃泉恨亦深

 

성삼문이 살던 집은 인터넷을 뒤져 보니 지금 가회동 정독 도서관 입구라 한다

거기 소나무가 아직 있을거 같지는 않지만

정독 도서관에 한 번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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