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구양수의 사람보는 눈<vingt-sept>

guem56 2011. 2. 16. 18:02

구양수는 당송 팔대가의 한사람이다

문사로 알려졌으나 문사 이전에 정치가이다

 

영욕이 파도를 타는 파란만장한 생을 살았으며

숱한 시문을 남기고 송나라가 국력이 더 약해지기 전에

떠났다

 

당송팔대가엔 소순 소식 소철 삼부자가 들어있다

 

구양수가 50대에 20을 갓넘은

소식(소동파)의 글을 아마 과거장에서 본 듯 하다

그는 역시 당대의 명재상이며 문장가인

친구 매요신에게 서신을 보낸다

 

그 내용중 일부가 아래와 같다

 

讀軾書

不覺汗出

快哉快哉

老夫當避路

放他出一頭也

可喜可喜

 

(내가 소식의 글을 읽는 와중에

나도 모르게 땀이 흘렀다

참으로 기쁜일이다

나는 마땅히 길을 비켜

그가 한자리 드러나게 해야겠다 참으로 기쁘다)

 

눈 밝은 사람이 인재를 알아본다

그리고 마음이 넓고 통이 커야

인재의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험한 세상에 마음 좁은 사람들은

재주가 있는 자가 나오면 시기하여

그 뜻을 꺽는다

 

얼마나 글이 훌륭하면

읽는 사람에게 땀을 흘리게 했으며

얼마나 마음이 넓으면

새파란 젊은이의 앳된 글에 저리 마음을 내주었을까?

 

오늘날 여기 저기 책을 보다 보면

구양수가 소식의 아버지 소순을 처음 추천하는 편지글도 남아있고

소동파가 매요신에게 보낸 편지도 남아있다

 

1천년전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오늘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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