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미스터 이광재 <dix-huit>

guem56 2011. 1. 27. 12:28

고려사

지(志)38권에 형법에 관한 글이 있고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刑以懲其已然

法以防其未然

懲其已然而使人知畏

不若防其未然而使人知避也

然非刑則法無以行

 

(형이란 이미 발생한 것을 벌하는 것이며

법이란 일어나지 않은 것을 막는 것이다

 

벌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워 하게 하는 것은

미리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은 일을 피하게 하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형이 없으면 법도 행할 수 없다)

 

요즘에 말하는 형법의 내용과 좀 다른 듯 하나

조선초 학자(고려사 편집진)들이 본 형과 법의 의미는

서로 구별이 된 듯 하다

 

춘천엔 봉의산이 있고

그 아래 일제강점기때 터를 마련하고 아마 그때 지은 건물이 아직도 있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

도청이 있다

 

도청에 현재 도지사 이광재씨가 집무중인데

돈을 받았다는 죄목으로 재판에 걸려

앞으로 두시간 내에 대법원에서

도지사 직의 수행여부를 결정짓는 판결을 내린다

 

 

이율곡과 아주 친했다고 하는 송강 정철이

죽림에 누워 청풍에 옷깃을 씻을 새

나랏님이 불러 강원도 관찰사가 되었다고

관동별곡에 읊었거니와<나는 왜 율곡이 정철과 친했는지 정말로 친밀도가 얼마였는지 개인적 차원에서 밝혀보고 싶으나

먹고 사는 일에 바빠 생략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강원도는 땅이 넓다

동북쪽 고성에서 서남쪽 충청 경상어름까지 가자면

요즘도 한나절엔 힘들다

 

예전엔 백두대간 준령이 험해서

원산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가 동해로 빠져

속초 강릉으로 남하했고

정철도 이런 코스로

소양강 철원 궁왕터 금강산 해금강 삼일포를 내려

경포대로 빠졌다

 

만약 모바일시대 젊은 이광재씨가 이번에 자금수수혐의가 인정된다면

 

나는 일개 시민이라

고려사 형법에 관한 글대로라면

돈을 함부러 받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

 

어렸을 때

홍천읍 갈마곡리 신장대리 어름에서

흑백 텔레비젼을 어깨 넘어 얻어 볼 새

피터 포크의 형사 콜롬보를 만났다

 

콜롬보는 범인을 잡는다기 보다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고

증거를 확보하는 일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범인이 확실해도 증거가 없으면

죄가 안되는 사실을 어린 나는 이해못했다

 

고등학교 갔을 때

나는 콜롬보의 매니아가 되었고

그땐 형사 콜롬보가 너무 재미있었으나

 

김치 국물이 밴 도시락 두개로

하루 15시간씩 한교실 한의자에 앉어 사는 검은교복 시대에

별로 프로그램을 몇 개 못보고

어느덧 군대로 갔고 그렇게 형사 콜롬보는

성우 최흘의 독특한 음성만이 지금도 귀에 맴돌 뿐이다

 

 

사는데 바빠

이광재 도지사의 혐의나 재판 기록을 보진 못했으나

신문에 난 기사를 몇 개 얼추 본 바로는

 

이광재씨의 돈 받은 혐의는 돈을 주었다는

미스터 박연차의 구술이 증거이다

 

포청천이 재판을 하면 어떨까 모르겠는데

콜롬보의 기준으론 죄가 성립될 수 없다

 

 

넓디 넓은 강원도

남한 총생산의 3%가 안되는

가난한 땅

 

이 추운 겨울에

돼지가 반이상이 비명에 횡사하여 땅속에 묻혔다

 

이제 판결의 결과가 어떻든

그 결과에

환호작약하는 두 팀의 강원도민이 나뉠 것이다

 

이것이 강원도의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