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육유와 설인귀<trente-trois>

guem56 2011. 2. 25. 15:04

조선시대 벼슬살이 하거나 시골 선비라도 늘 시를 지었으니

시를 지으면 운을 맞추어야 했고

당나라시나 집안 유명한 조상의 한시운을 본따서 시를 지었다

 

정조임금이 그 단아한 문체를 칭찬한 성대중

그는 고구마를 들여온 사람으로 알려진 조엄을 따라 일본에 다녀온적도 있는데

무관이면서 글을 잘 지었다

 

그의 시를 보다보면

육방옹의 운을 빌린다는 말이 더러 있다

육방옹은

성리학으로 조선사람이 받들어 뫼신 주희와 비슷한 시기 사람이다

주희보다 5,6년 앞서 태어나 그만큼 더 살다 깊은 한을 품고 떠난 사람이다

방옹은 그의 호이다

 

육유는 여러 가지로 유명하다

우국충정의 시를 썼고 다작이라 1만수 가까운 시가 있다 한다

그리고 결혼했다가 어머니의 시기로 헤어진 당완과의 애절한 사랑노래로 유명하다

심기가 약해 보일 듯 한 육유는 검술에도 뛰어난 사람이었으며

평생을 양자강 넘어가서 금나라에 설욕하고 북송시절의 땅을 되찾고자 꿈을 간직하다가

우유부단한 임금과 주화파 신하들에 밀려 한직과 귀양으로 떠돈 사람이다

 

그는 또한 차를 좋아해서 다경을 지었고 이 다경은 천년 세월 차 마시는 이들에겐 교범이 되고 있다

 

탈렌트 이덕화가 <대조영>이란 드라마에서 연기한 설인귀란 당나라 장수가 있다

원래 대조영보단 한 세대 윗사람이라 시간배경에 약간의 모순이 있는데

설인귀는 양만춘 안시성주에게 쳐들어온 당나라 병졸이다

무공으로 공을 세워 장군이 되고

20여년의 세월뒤엔 고구려 평양성을 함락시켜 고구려 인에겐 철천지 원수이다

 

백제도 그렇고 고구려도 그렇고 망한 뒤에는 잔인한 거주 이전작전에 따라 숱한 사람들이 강제로 머나먼 중국 내륙 낯선 땅으로 죽음의 강제 이주를 한듯하며 설인귀도 그런 짓을 한 주축세력이라 추론된다

 

그런데 육유는 평생 북방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에 핍박을 받으면서

중원회복을 하고 중국인들 눈에 보면 오랑캐인 금나라 놈들을 몰아내기 위해

본받아야 할 롤 모델을 설정했으니 그가 바로 설인귀이다

 

오늘 아침 우연히 그런 사실을 알았다

육유의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가나, 고구려가 망한 사실을 늘 애석해하는 나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독립운동사를 쓴 박은식은 금태조전이란 책을 썼는데 바로 송나라가 그렇게 증오하는 금나라를 건국한 아골타를 기리는 전기이다

 

조선이 망해가는 시절에 박은식은 여진족을 범 한민족으로 생각하고 초야에서 나라를 일으켜 국세를 떨친 금나라 태조를 마음의 롤모델로 삼은 듯 하다

 

아주 오래 전 어느 대학 도서관에서 먼지가 창연한 금태조전기를 만난 적이 있으나 잠시 펼쳐보고 놓고 나온 기억이 아스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