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조선 탐정 김명민과 오달수<trente-duex>

guem56 2011. 2. 23. 17:32

매서운 추위와 백두대간 너머 두터운 눈이 지나가고 나서

한낮엔 살짝 봄기운이 느껴지니 힘이 솟기 보다는

몸도 마음도 늘어진다

 

사람이 사는게 시원ㅎ지 않으면 자신감을 잃고

뭐든 방어본능이 발동하거나 손해를 안보려는 경향이 강해져서

모험심은 싹이 사라진다

 

일요일날 영화를 보기로 하고

미리 그래도 좀 싱싱한 생선을 고르자는 심정으로

컴에서 정보를 뒤지다 보니

 

생텀이란 영화는 카메룬 감독이 별로 관여하지 않았으며

김명민의 조선 탐정은 관객수가 포실포실하고

127시간은 실화인데 실제 주인공이 뼈를 끊어내고 죽을 자리서 벗어난다는 팁을 얻었다

 

끔찍한 장면은 잘 못보는 심약골이라 김명민과 오달수에 투자했다

예전에 <영원한 제국>을 컴으로 다운 받아 본적이 있다

 

연기자들의 목소리가 울리는 옛날영화라서 귀에 거슬리기 보다는 복고풍이어서 좋았고

 

마치 어린 시절 장동휘와 박노식이 대화 하는 듯 했다

문화부장 김명곤이나 나쁜 남자 조재현의 젊은 얼굴을 보는 것도 괜찮았다

 

그리고 이제는 여의도 의원나리가 되신 최종원 씨의 심환지 대감 연기는 훌륭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내용이 나에겐 몹시 불편했다

영화는 정조의 타살을 심증으로 확인 하는 내용이었으며 심환지는 정조의 적이었다

 

한때 나는 정조 독살설에 귀가 솔깃하고 심환지를 노회한 음모가로 알았었으나

정조가 그에게 보낸 300통 편지를 얼추 보고 이런 편지를 받은 사람이 상대방 더구나 임금을 죽이는데 역할을 하리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영원한 제국>의 정조역 안성기는 너무 어둡게 나왔다 어찌 보면 안성기의 연기 또한 잘했다 볼 수 있으나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땅에서 200년 전에 정조가 그렇게

 

숱한 정적에 둘러 쌓여 마치 아침 저녁이 위험한 상황에서 국정을 꾸렸다고 영화가 일러주는 그 어두운 분위기가 끔찍하니 싫었고 또한 사실과 거리가 너무 멀다고 느껴서 그 불쾌함이 오래 갔다

 

김명민의 조선 탐정은 내용이 재미있다

역사적 사실이나 김탁환의 열녀문 원작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영화에선 정조가 수원으로 서울을 옮기려 한다거나 여러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는 수구세력의 목소리가 확실하게 나오며 관객에겐 정조 개혁의 당위성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그리고 김명민에게 공납 비리 사건을 명하는 처음부분과 나중에 위기의 김명민과 오달수를 구하는 종결자로서의 정조를 부각시켜 영화 분위기가 매우 밝다

오달수의 개장수 연기는 일품이다

 

나는 영화 한편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고증이 잘되고 역사적 사실과 부드럽게 어울리고

이야기 앞뒤가 더 아귀가 잘 맞으면 좋겠지만

 

마치 오랜 장마의 여름 대낮의 검은 하늘 처럼 답답한 오늘에

이런 즐거운 영화 한 편 만난 것이 복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