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몽테크리스토 백작<Cinquante-trois>

guem56 2011. 5. 21. 10:57

내가 살던 집엔 닭장이 있었다

 

새벽에 닭이 울었고

먼동이 트면 소가 음메 소리를 냈다

아침 안개가 피어 오를 무렵엔

문밖 청도라지와 백도라지에 이슬이 맺혔다

 

그 도라지꽃을 보면서

나는 보리밭 길을 건너 매화학교엘 갔다

 

벚나무가 우람한 그늘을 지나

지붕이 초가인 교실엘 들어섰다

 

아름답고 꿈같은 자리였으나 매화학교엔 책은 없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아니셨으나 그 함자를 잊지 않는다

 

용호군 선생님이라 하셨다 아마 4학년 담임이신듯 했고

그 사학년 교실에 용선생님 책상옆에

책장이 하나 있었다

 

그게 매화학교의 도서관이었다

열쇠가 늘 잠겨져 있었으나 가끔씩 열려 있는 적도 있고

4학년이 아닌 5,6학년생이 거기를 드나들면서 책을 빌려다 보았었다

 

나같은 어린 2학년은 거길 안갔다

어느날 어쩌다 거길 들어가게 되었는데

책은 저학년 고학년 구별이 있었다

 

나는 기웃기웃하다가 거기서 (암굴왕)이란 책을 빌렸다

그게 내가 빌린 최초의 책인지 지금 기억은 가물하다

 

책은 상권뿐이었고 더구나 아래는 낙장이 되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산드르 뒤마의 작품이다

 

마르세이유.....

항구도시 거리에 카페가 많고

노점에서 넓고 약간 우묵한 판에

볶음밥 비스름하니 고기 야채 쌀 넣은 빠에야를 만들어 파는 골목

 

나는 마르세이유에 늘 가고 싶다

 

마르세이유에서 빤히 바라다 보이는 이프섬

거기 에드몽 단테스가 14년간 갇혀 살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감옥이 있으며

소설속의 감옥이 여전히 현실속에 존재하여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지식과 경험 재산과 무술 모든걸 전수한

파리야 신부의 주검을 대신해서 단테스는 탈출하였다

 

그 어두운 감옥 음산한 분위기

단테스가 탈출하면서 내가 더 읽을 책의 몫은 없었다

 

매화학교는 그렇게 아름다웠으나 나에겐 그만큼 한으로 남는다

 

나는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을 뒤져서

단테스의 나중 성공담이 있다는 해피엔딩이라는 그 소설의 미리보기를 알 뿐이다

 

그러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어느날 이자벨 아자니가 나온 여왕 마고를 비디오로 보면서

역시 뒤마의 소설 그 마고를 책으로 샀다

 

삼총사 역시 뒤마 작품이다

내가 뒤마에게 불만이 있다면 불만이라기 보다는 그의 경향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뒤마를 한동안 안읽을까도 생각했었다

 

뒤마가 당시 루이 16세가 처형되고 많은 귀족이 바뀌어진 프랑스 사회가 무서워 영국으로 다른 나라로 목숨을 건지러 도망가는 시기 그때 배경이 삼총사이다

 

그때 뒤마는 출생과 조상의 업으로 인해 귀족편에 섰다는거

인생을 나도 살다보니 뒤마가 어떤 편이건 그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시아 꽃이 몇 번 피고 지고 나면 나는 뒤마를 읽을것이다

 

그리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그 오페라의 밑바탕소설이라는 뒤마의 아들

소(小)뒤마의 춘희(椿姬 La Dame aux Camelias)를 만나러 갈 것이고

 

더 책의 여행을 떠난다면 마르세이유에서 서북으로 조금 가면 있는 엑상프로방스

거기서 즐겨 차를 마셨다는 에밀졸라의 (나나)를 만날 것이고

 

더 여행을 떠나면 로댕같은 어떻게 보면 파렴치한 사람에게 칼질을 당하고

남은 노년 30년을 정신병원에서

시들어간 까미유 끌로델을 만나러 갈 것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여행이 시작된다

인생이란 오늘 살아가는 현실과는 상관없이 또 다른 공간에서 나는 길고 먼

그러나 설레이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기 때문이다....

어느 봄날 생각이 일어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