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김기수의 흔적을 찾아서<Cinquante-huit>

guem56 2011. 5. 25. 16:16

진해엔 벚꽃이 지고

산에 흐드러지던 진달래도 그 붉은 잎을 떨구는 때,

 

그 옛날 진해 쪽에서 10년을 산 담정 김려(金鑢)

김려의 친구 이옥이나 김려의 문체가 당시 시류에 어긋나서 미움을 샀는지

김려의 인생은 고단했다

 

김기수란 사람이 있다

병자년에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맺는다

그해 일본배 황룡호를 타고 김기수(金綺秀)는 일본을 다녀온다

일동기유란 책을 남긴다

 

김기수가 바로 담정집의 발문을 썼다

김려는 김기수의 큰 할아버지(伯祖父)가 되신다

일생을 파란만장하게 살다간

대 문장가인 큰 할아버지의 숱한 시문중에 남은 유고를 수습하고 그 발문을 쓰는 김기수의 심정은

담정집 마지막에 나와있다

강개유체(慷慨流涕)

 

비통한 마음으로 눈물이 흐른다

그게 김기수의 심정이었다

김기수가 남긴 시 한수가 있다

 

압록강가에 사는 지인을 그리워 하는 시 같다

의주천리압강류

강류무진유유거

(義洲千里鴨江流 江流無盡悠悠去)

 

김기수는 1832년에 태어났으나 그의 인물평란에는 사망년도가 없다

내가 담정집을 보다가 그 발문에서 김기수의 이름을 본 때가 삼년전이다

 

오늘 아침 우연히 근역묵집에서 김기수의 시를 보았다

19세기 말에 가장 중요한 인물인데 그 말년의 그림이 없다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 할 일이고

한국사는 이런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해결하지 못하면 여전히 어두운 미궁에서

먼지 앉은 역사로 남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