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더우나 아침엔 여전히 서늘한 기운이 있다
냉장고 아래 칸에 양배추를 꺼내 겉껍질을 걷어내고
한꺼풀씩 손으로 살살 잘라가며 서너 층을 분리했다
적당히 손으로 썰고 물로 씻어
남비에 넣고
황정과 토복령 달인 물을 넣어 약불에 끓였다
물이 끓자 만두를 9개 넣고 같이 삶았다
양배추 잎이 익었을 무렵 쌈을 싸거나 그냥 간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게 건져내고
만두도 건져냈다
그 남은 물은 양배추 즙이 녹아 나온 물
여기다가 표고를 썰어넣고
묵은 김치 국물과 김치
그리고 청국을 넣어 청국장을 역시 약불이 은은히 끓였다
어제 남은 찌개인지 국인지 있어서
젖은 국수 사온거 2인분 정도 남은거를 삶아서
남은 찌개를 데워서
삶은 국수 찬물에 헹군 다음 칼국시를 만들어 먹었다
이때가 아침 6시였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이라
책 한줄 읽었다
이백의 수다오난(蜀道難)을 보았다
쓰촨성 따라 가는 강위 절벽을 따라 놓은 길 잔도
예전에 강 물굽이가 지금보다 더 격랑이고
육로 어떤 길도 가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이런 험한 길을 밟아 가는 길이 모험이었을 것이다
중국이 현대화 되고 사방에 아스팔트가 깔리기 이전
30년 전에라도 이런 길을 가 보았다면
아주 다른 세계를 걸었을 것이다
차마고도
이 다큐를 보면서 더 이상 마방들은 다니지 않을 생각을 하니
그게 아쉬었다
인제 미산 가는 길에 아스팔트가 뚫리고
진동 가는 길에도 차가 드나드는 걸 보면서
심장에 박동기를 단 환자를 나는 생각했다
세상은 늘 변하지만
내 눈엔 안변하는 것이 여기이길 바랬는데
그 여기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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