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깊은 슬픔의 강이 흘러
칠년 가뭄에도
강물 한방울 줄지를 않고
구년 홍수에도
강물 한방울 늘지를 않더니
그리 견고한 슬픔에도
밥은 넘기고
때가 되면 눈을 뜨니
잠은 자는거 같더니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그 깊고 넓은 강줄기가 말라 붙었다
유비가 조조에게서 벗어날 때
호출뇌롱(虎出牢籠)이라 한다
비슷한 말로 교룡출해라 한다
물을 얻지 못한 용이 마침내 바다로 나간다는 뜻이다
잡혀서 죽을 날이 내일 모레인 호랑이가
우리를 벗어나
그래서 산으로 돌아감을 말한다
맹호귀산(猛虎歸山)
사람은 감옥에서 벗어났을 때
다시 감옥에 들어갔음을 모르고
감옥에 갇혔다 통탄할 때
비로소 호구(虎口)에서 벗어났음을 모를 때가 있다
하여
판단은 어렵고
상황은 마음에서 착각을 만든다
나는 깊은 밤
사람은 벗한지 아주 오래
늘 곁에 다니던 술병을 치워 이제는
하늘위에 달빛만이 내 살아있음에 벗이다
별이 보이는 어느 산자락
도회지의 불빛이 별빛을 눌러버리는
이 아파트의 밀림을
나는 먹고 사느라 떠날 수 없음이
이제 나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회한의 한줄기이다
나는 화석이 되어간다
장기하나 이자람의 노래를 들으면서
반면반각(半眠半覺)의 늪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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