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 홍송원 홍라희<Soixante et onze>

guem56 2011. 6. 9. 14:09

북송시대

수도 카이펑의 일상을 그린 청명상하도

 

숱한 인물이 나오고 강가에 배가 뜨고 다리가 늘어선

이 그림은 언뜻 보아도 누구나 청명의 맑은 날

 

사람 사는 모습을 읽고

그 긴 그림 어느곳이나 세밀한 붓의 흐름에 놀란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라는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인 화가가 있다

 

제대로 학교 교육을 받은바가 적고

어린아이때부터 생각이 남달랐는지

허술한 인테리어를 하고 가구를 만지면서 밥벌이를 하다가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그림은 오늘날 수백억을 넘나든다

 

어두운 그림의 배경색

사람의 얼굴이 잘려지고

한눈에 끔찍함과 우울함이 확연히 드러나며 무슨 뜻을 화가는 관객에게 보이는지

알기 어려운 그림들

 

포클랜드 전쟁에서 힘의 우위를 단단히 보여준 대처 수상은

베이컨의 그림이 끔찍하다고 했으나 그의 그림의 성가는 대단히 높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소치를 북서로 마주보면

한때 톨스토이가 전장에 참여했던 크림 땅이 있고

다시 북서로 더 가면 우크라이나 땅의 해안항구 오데사가 있다

 

오데사엔 오데사 계단(포템킨 계단)이 있다

19세기 말에 태어나 독소전쟁이 끝나고 나서 오십대의 젊은 나이에 죽은

세르게이 감독이 전함 포템킨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1905년 제정시대 러시아의 수병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이 영화속에서

바로 오데사 계단에서 사람들이 총탄에 스러지는 살육전이 벌어진다

 

소비예트 사회주의의 위대한 탄생을 보여준다는

이 영화를 나는 아직 구경하지 못했고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베이컨은 언젠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동을 받은 뒤로

우울하고 끔찍함을 연상하는 그림을 꾸준히 그렸다 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미술전문가가 볼 때는 해석이 다르겠지만 나는 베이컨의 그림도 대강은 게르니카와 같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작은 조각의 베이컨 그림 사진을 보면서

나는 오래전 미술 교과서에서 본 뭉크의 그림을 생각했고

 

가뜩이나 내 삶이 복잡하고

흐린 날 천지인데 저런 그림을 시간 내서 감상하고 그 그림들의 뜻을 생각하기는 꺼려진다

 

아무튼 베이컨은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남자 Man carrying a child>라는 그림을 남겼고

그 그림은 200억원이 넘는 값이 매겨진 채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거 같다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이 리움의 대표 홍라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사람이란 어제는 동지이나 오늘은 적이 되고

하여 삼국지는 늘 읽히는가 보다

 

나는 그 그림을 생각하기 보다는

엄청난 그림값을 보면서

살아생전 작가인 베이컨은 밥을 넉넉하게 먹다가 죽었는지 그게 궁금하고

기회가 되면 화가 베이컨의 일생을 적어놓은 책이 있다면 한 번 보고 싶다

 

대개 시인이나 화가는

살아서 굶고 어느 구석에서 이름없이 때론 병들어 고생하다가

 

죽은 뒤에 저승에 창이 있다면 그 창을 통해

하늘만큼 솟아버린 내 그림의 값을 보고 역시 헛웃음을 지으며

저승에서도 꾸준히 배고프지 않을까 그리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