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징어<Quatre-vingt-sept>

guem56 2011. 6. 25. 13:06

사람의 미각은

머리의 계산보다 더 예민할 때가 있다

 

비오는 밤에

나는 오징어 파는 선술집을 지나다가

들어가서 오징어를 혼자 먹었다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혀도

오징어 접시위엔 양이 늘지 않는다

 

소비자는 언제나 극점에 있을 뿐

 어획량에 따른 기울기의 변화율에 영향을 받지 못한다

 

얇게 저며진 국수 같은 오징어는

몸이 백여조각이상으로 갈렸어도

아직 꿈틀댄다

 

모든 계란은 사람의 배속을 거쳐

삶을 마감하지만

아마도 오징어는 자연사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 한마리의 돼지나 소도 사후에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를 것이다

인간은 좀 다른가?

 

아무튼 나는

바닷속의 오징어가 생을

늘 헤엄치던 바닷물속에서 마감하듯이

 

 타생물이나

다른 외계의 지역을 거쳐 생이 마감되고 싶지 않고

내 살던 동네 살구꽃이 흐드러진 그런 곳으로 직접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