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구룡사 가는길
여름비가 장하게 내리사
계곡 물소리
마주 앉은 벗의 말소리에
섞여 드는데
웃는 얼굴을 안주삼아
밤새도록 한 잔은 입에 붓고
한잔은 바닥에 흘린다네
자고 일어나 보면
기억도 안나고
줄거리가 부실한 말들이 그래 줄기차게 쏟아짐은
고단한 삶에서
부대낀 흔적을
밤새 하이타이질 하는 것이라
삼십년 묵은 세월이 어제처럼 피어올라
이른 새벽
빗소리를 헤집고 들리는 닭우는 소리에
멈칫 앞으로 삼십년을 생각하니
더욱 잠이 달아나
눈에 잠이 대롱달린
그대에게 다시 술을 붓노라
빗소리에 닭이 울제
세잔 술에 혀가 말리고
여섯잔에 허리가 꺽어지고
아홉잔에 정신이 몽롱해져
길게 누웠노라
우중계성
삼배설권
육배요절
구배신몽
연후장와
雨中鷄聲
三杯舌捲
六杯腰折
九杯神朦
然後長臥
하루밤이 지워진 날 아침
나는 언제 또 구룡사를 올까
속셈을 하다가 다시 아침 술에 젖어들어
빗소리에 묻혔노라
아마도 내가 여기 다시 오는 날은
나는 용연의 용을 눈렌즈에 담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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