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병과 치유)

양희은...석이버섯<Quatre-vingt-treize>

guem56 2011. 7. 2. 12:49

토요일 아침마다 나오는

양희은의 시골밥상

 

팔도의 시골 마을을 여기 저기 찾아가서 주로

연세가 지긋하신

아주머님 내지는 할머님을 수석 쉐프로 삼고

 

양희은님과 전에는 가수 아가와 프랑스 사람 필립이 했었는데

이젠 새얼굴로 많이 바뀌고...

 

오늘 아침

 

산수갑천하

동해안 강릉 근처 연곡의 어느 마을에서

 

버섯음식을 흐드러지게 만들어 드십니다

 

일능이 이송이란 말이 있거니와

검은 능이버섯을 죽죽 채로 썰었는지

손으로 찢었는지 무채국을 만들어 드십니다

 

주인여사 왈

이걸 먹으면 아픈 속이 가라앉는다...

 

능이가 소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무가 천연 소화제입니다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 말씀이 가을에

서리 맞은 무를 하나 미끈한 놈으로 뽑아 한조각 베혀내어 매일 먹으면

속병은 없다.....아마 할아버지 말씀이라기 보다는 그 동네 어른들 다 그렇게 생각하신 듯 합니다

 

무채국에 곁들여

대관령 줄기 산자락에서 나온 시골감자를 송이버섯과 함께

감자나물로 만들어 상에 올립니다

 

저런거 아무리 구해서 먹으려도 힘들겠지요

도회지 사는 사람은

음식 재료도 금을 매겨

어떻게 송이와 감자를 섞는가?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두번 죽어도 못해 먹을 반찬입네다

 

그런데 능이무채국 송이감자나물을 무색하게 하는

석이 버섯이 뜹니다

 

석이 버섯.....

진보라색 또는 검은색 비스름한데

바위위에 착 달라붙는 희안한 버섯이고

 

벼랑끝 너럭바위에 붙어 있어서 밧줄을 타고 따야 하며

손이 닿는 곳의 석이버섯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제하고도 원통 내설악 들어가는 골짜기에

무명의 바위가 널려있고 그 바위를 다람쥐처럼 타고 올라야

걷어올수 있는 것이 석이버섯입니다

 

어머니께서 설악 용대리 살때

늘 산에 가시면 한줌 가져오십니다

 

손이 닿으면 많이 딸 텐데 발 딛는 곳이 아득해서....

 

위험한 바위 끝자락을 타고 간신히 가져오신 그러나

그 너매 손이 못가는 곳에 널찍하게 널린 그 석이를 가져오시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배이신

말씀이십니다

 

석이는 바위에 붙어 있다 보니 아주 잔 모래가 붙어 있습니다

이걸 털어내고 씻어내고

무쳐서 먹으면

 

먼저 빛깔이 신비하거니와

그 맛도 처음엔 무미(無味)같은데 은은하게 퍼지면서

도새 어떤 맛인지

 

입은 알아도 말로 드러내기는 어렵습니다

 

석이버섯을 제대로 먹어본게 강산이 두번 변했습니다

그 맛이 아련히 잊어질 때

 

북녘 산하에서 나온 말린 석이버섯을 마트에서 보았습니다

두봉을 사다가

물에 불려 볶아보니 워낙 오래 건조하게 말려져 있어서 그런지

향이 안나는 듯한 느낌입니다

 

송이와 능이를 텔레비젼에서 보여주면 나는 늘

석이버섯을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그 귀한 석이를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아 나물처럼 드시는 그 연곡 어느 소박한 집안에

아저씨 아주머니 부부

그리고 뫼시고 사시는 시아버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뭘 하려고 이렇게 더운 습기가 스멀거리는 도시 한켠에서

배추 한포기를 사도 겹겹이 비닐 옷을 입었고

버섯이란 버섯은 모다 팩에 들어 있는

 

숨막힘 속에

하늘 우러러 제 맘대로 커온 표고 한송이 몬 보고

하루하루 삭아가는지

나는 나에게 묻고 피식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