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병과 치유)

침이란 무엇이뇨? <Soixante-cinq>

guem56 2011. 6. 1. 19:14

인생은 99%가 뻥이고 나머지 1%에도 진실은 찾기 힘들다

 

숨쉬고 사는 생활이 그러할진대

문자로 쓰는 글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람이 글을 쓰고 그걸 읽는것은

전체가 안개에 싸인 포구처럼

애매하고 실체가 없다

 

더러 진실이 아니라도 그렇게 느낄 수 있고

사진처럼 찍어내도 백인(百人)이 거짓이라 단정하기도 한다

 

하여 글 쓰는 사람의 진정성을 혜량하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글을 대하거나

속아 보자 하고 읽으면 마음이 편하다

 

이 이야기의 진정성은 읽는 분들이 판단하시기 바란다

 

사람은 아프면 병원에 가고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병자 점유율은 서양의 의료기술을 익힌 병원과 대형병원에서

95%를 차지한다

 

침이나 한약을 쓰는 한의원은 주류가 아니다

나는 어쩌다 보니 침을 놓고 사는 한의사가 되었다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비하감도 별로 없다

 

해가 뜨면 논에 나가는 농부처럼

나는 일터에 나오고

오시는 분이 계시면

찾아오시는게 고맙고 그 분이 원하시는 정도에 따라 침을 놓거나

더러 약을 짓기도 한다

 

내 의술은 깃털처럼 가볍고

내 의학 지식은 두터운 경운기의 삽날이 아니라

가녀린 어린 아이의 호미날이 파는 밭의 두께처럼 얇다

 

더러 이를 모르고 가까워서 혹은

내가 환자에게 이런 저런 치료를 많이 권하지 않아서

드문 드문 나의 일터에 환자들이 오신다

 

아래 이야기는 내가 지어낸 이야기라 생각하시고

글에 눈 한번 주시는 수고를 너무 아끼지 마시라...

.......................................................................

 

 

필욕치병 막여용침(必欲治病 莫如用針

통현부(通玄賦)에 일렀나니

 

가난한 먹고 사는데 매여 그 말을 믿지 못하노라...

 

9년전

하릴없는 매화산인 강호를 유력할 새

백타산 자락

미산 미기동(美基洞)에 들었더라

 

푸른 강에 흰새 백로 두 서너마리 한가롭고

청산 백운이 한 폭의 그림일 새

강가 모래밭에 걸터앉아

 

술로 아침을 먹고 점심을 걸러 밤을 잇고

사흘 째 자리를 잡은 즉

 

한 사람 찾아 들되

나이는 짐작이 어려우나 오십은 넘어보이고

 

어깨 견골이 강건할 새 무예가 있는 듯하고

게슴츠레한 안광이 겉으로 보이나

선뜻 선뜻 섬광이 일어

한가락 뭔가 있는 사람이라

 

인근에 소식을 아는 마카오 최가 나중에 말하기를

저 산 넘어 취운골에 사시는

삼불야초(三不野樵)란 분이신디...

이인(異人)이시라

 

<매화산인> 자네는 오늘 경거망동하야 망신 당하지 말라....

한잔 술에 꼭지가 돌지 말라는 뜻이리라

 

좌정하고

다시 술이 도는데...

잡아놓은 물고기가 어지간해서(참고로 이 몸은 물고기 잡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지라)

불에 굽는데

 

야초 선생 안주는 집어먹는 게 도통 보이질 않고 술은 술술 넘기시는지라

아하 사람을 손을 보는구나?

 

오늘 밤 저 달이 서녁으로 가기 전에 내가 실려나가던가

야초 선생이 자리를 뜨시던가

건곤일척이로다.....

 

달이 이윽해서 자(子)시가 되었으나

세사람이 누구 하나 숨소리가 다 고르더라...

마카오 최는 한술 하는 사람이라.....

 

달빛아래 강물곁에 은은한 분위기이나

사내들의 존심 사생결단으로 마시는 분위기라

 

말은 안해도 앉은 자리에 화기가 내려앉아 뜨끈뜨끈 하더라...

 

야초선생 왈

 

<보아하니 매화님은 손목에 힘이 들어가던데

칼을 잡아 본적이 있소

아니면 붓을 잡아 본적이 있소

혹시 침을 써 보신 적이 있소이까?

 

나는 붓을 잡은 적은 없소이다

혹시 되신다면

12자를 부탁하나이다

불구사부 불교동학 불수제자(不求師父 不交同學 不收弟子)>

 

내가 답한다

<시생이 먹내음새 맡은지 석삼년이 지났으나

습(習)은 남아 있으니 열흘 말미로 처소에 보내드리리다>

 

달이 다시 이울고 축시가 넘었다

다시 야초가 운을 뗀다

 

시생이 강호에 떠돈지 20년

먹고 살아 풀칠 하느라 침을 가끔씩 벽촌 산간에 다니면서 놓은 적이 있소이다

 

하루는 배가 몹시 부른

복수가 찬 아낙네를 만난 즉스

 

대처에서 크게 배우고 교수 노릇까지 하고

재물이 넉넉한 친정과 시댁을 둔 청초한 부인네인데

 

콩팥이 만성부전이라 이제 배에 물이 차서

큰 병원 이리저리 오래 오래 다니다가

 

물맑은 이곳에 요양차 온 분인데

그 부부와 자녀 모두 처연한 모습이라

 

시생이 천재(淺材)을 무릎쓰고 침을 써보았소이다

 

열 번을 놓았는데

서너번 까지는

배의 높이는 꺼지지가 않더니

 

부인께서 입맛이 돌고 머리는 좀 맑아진다 하여

시생이 사양하다가 다시 놓아 열 번쯤 갔더이다

 

배는 여전한데...소피가 좀 시원하게 나온다 하여

스무번까지 갔더이다

 

배가 꺼지질 않아

시생이 밤을 밝혀 책을 편즉

 

청나라 임옥산인(林屋山人)이라고

陸懋修(육무수)선생의 황제내경 운기병석의 내용에

문득 마음에 전해오는 느낌이 있어

어느날 비(脾)경을 골랐소이다

 

그전에는 간 방광 신(腎)을 건드렸으니 기별만 가는지 효(效)가 없더니

배가 가라앉더이다

 

그후 소식 돈절하여 나중 병세는 들은 바 없으나

오늘 글씨 값으로 비경의 효를 알려드리니

혹 쓰실 기회가 오면 사람을 구하는

선업(善業)을 쌓으시리다

 

인시(寅時)가 될 그 무렵

 

나는 정신이 퍼뜩 들어

아하 나보다 한수가 아니라 두 수는 위이신 분이구나

 

느끼는 순간

술잔 잡은 손목에 힘이 빠지면서

술맛 자체가 사그러 들더라

 

간신히 허리 힘으로 먼동이 틀 때까지 버티다가

일어선 야초 선생을 삼보 배웅한후

그 분 그림자가 산자락에 숨을 새

바로 모래 밭에 누워 한나절을 끙끙 앓었더라...

 

지나간 일

 

다 한바탕 꿈이고

나의 그릇은 작고

재주는 용렬하여

아직도 10년이 지난 지금

비경(脾經)의 效는 감득하지 못했노라

 

하여 한가락 깨달았으니

 

비인부전(非人不傳)

나는 모자라는 인간이라

내 수준을 MRI찍은 것으로 만족하노라

 

어느 더운 여름의 길목

고려땅 삼류 침꾼 매화산인 적노매라....

'건강한 삶(병과 치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희은...석이버섯<Quatre-vingt-treize>  (0) 2011.07.02
부산(傅山 Fu Shan) <Soixante-seize>  (0) 2011.06.15
왕맹영<trente-sept>  (0) 2011.03.08
소요산<vingt-cinq>  (0) 2011.02.15
가혹행위 307전경대 <seize>  (0) 201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