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소양댐 가는 길에<Cent quatorze 114>

guem56 2011. 7. 27. 18:13

 

올해 칠월은 유난히 비오는 날이 많다

칠월초부터 20일까지 거의 매일 오더니

그런데 이 비는 간간이 오고 그치고 오고 그치고

 

그래서 갑자기 물이 불지는 않더니

며칠 해가 났다

 

그리고 어제 오후부터 장대비가 밤새 내려

아침에 일어나보니

소양댐 근처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젊은 대학생들이 다수 사망했다

놀러온 것도 아니고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

참변을 당하니 할 말이 없다

 

지금은 소양댐을 갈 때 구봉산 기슭을 타고 가는 길이 좋지만

예전에는 소양강 다리를 건너 샘밭으로 가는 길 뿐이었다

우두벌의 충렬탑을 오른 편에 두고 한굽이 돌면

소양강 나린 물이 흐르는 강가엔 바람이

차거웠다

소양강 물도 수온이 차서 겨울철엔 얼굴을 파고 드는 바람이 참 매서웠다

 

가다보면 유포리 막국수 가는 길이 꺽이고

또 가다보면 양구 넘어가는 길이 있었다

그 앞에는 손님이 역시 늘 붐비는 샘밭 막국수 집이 있다

 

포플러 나무가 싱겁게 커다란 댐 아래 주차장 맞은 편에 상가가 있고

예전엔 몇 집 없었으나 요즘엔 식당도 늘고 사는 사람도 많아 번잡한데

사고가 난 지역이 거기였다

 

80년대 거기엔 데오 성님이 살아서 자주 갔었다

관광객도 드문 시절이라 모기가 살벌하게 날아드는 여름날

 

강가 아무렇게나 자라는 풀숲

제맘대로 드러누운 모래밭을 살피다가

돌이 드문 평지에 텐트를 치고

밤새 고기를 구워먹은 밤이 있었다

 

세월교에 흐르는 물소리는 밤이 적막하면 천둥소리처럼 컸고

밤하늘엔 별들이 비오듯이 흘러내리고 고개가 시도록 쳐다보면

다시 올려다 보면 다시 별들이 또 흘렀다

 

한여름이지만 텐트안엔 추위가 스며 뼈가 시렸고

소주잔을 덜덜 떨면서 입에다 대니

술방울이 밖으로 많이 흘렀으리라

 

이제 그런 밤은 다시 맞이하기 어렵고

우리는 편한 것을 알아 이불이 뽀송한 콘도나 펜션을 찾는다

 

날아드는 밤벌레와 모기를 피해 초롱불을 신문지로 가려놓고

밤새 술잔에 수다를 털어넣던 그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자가용을 타고 가서 반듯한 탁자위에

김치도 서울의 식당들처럼 정갈하게 그러나 좀 얄팍하니

곁들여진 막국수를 보노라면

 

주인 나그네가 다른 손님들보다 순서를 착각하시고

음식을 늦게 내와 씨익 웃으시며...

넓적한 그릇에 서너사람 맘껏 퍼먹으라고 고봉으로 가득 내오는 그 열무김치

 

열무가락이 제맘대로 얽힌 그 무질서가

한없이 그리운데

모래밭 모기 울던 그 밤처럼

이제는 다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