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이야기

김유정 슬픈 열대 <Cent six 106>

guem56 2011. 7. 15. 12:20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한 어느 초여름밤

 

그  울음소리 만큼이나 우거진 잡풀사이에서

모기가 날라다니는 퇴계동 저편 우시장

 

밤에 그곳에 가면

소에서 나온 간이며 천엽을 불에 구워서 팔았다

 

시내 음식점보다 값이 싸고 재료가 신선하여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기를 갔었고

자가용이 드물던 30년전에 술이 거나해서

더러 걸어서 시내로 나오다 택시를 타기도 하였다

 

우시장에서 한참 더 가야 신남이 나온다

신남역사 앞에 구불한 길가

얕으막한 언덕위에 금병초등학교가 있고

 

여기가 옛날 김유정이 살았던 실레 마을이며

그가 세웠다는 금병의숙이 있던 마을이다

 

1908년생인 김유정을 실제 본 사람들은 다 떠났고

그에 관한 이야기도 전설이 되었으나

나라살림이 문화를 살필만하게 되어선지

지금 실레마을은 김유정기념관이 들어섰고

 

신남역은 김유정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유정의 옛집으로 가는 길목에 삼계탕을 잘하는 집이 있어

손님이 많은데

예전 유정이 죽기 전에 닭을 고아먹고 내가 병이 낳으면

글을 쓰겠다던 편지구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신남과 퇴계동을 잇는 정족리

이제는 사람들의 내왕이 많고

나는 근처에 살다보니

더 안쪽으로 팔봉을 드나들 일도 있어

가끔씩 실레마을을 지난다

 

한때 나는 유정의 작품이

토속적이라지만 작은 소품이라 여겼었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유럽취향에 젖어

대하작품도 아니고 시대의 고통이 직접 배여있지도 않은 듯 하여

유정을 깊이 있는 문학작가라  여기지 못했다

 

귀 얇은 내가 어느 평론가가 쓴 신문의 구절

유정만한 작가는 드물다

 

그리고 유정이 젊어서

젊어서라고 하지만 설흔도 못채운 나이....

 

 

유정이 한때 나는 톨스토이가 되겠노라

 

가난과 술과 메아리없는 사랑에 지친 그는

병으로 죽었다

 

슬픈 열대

(Tristes Tropique)

 

늘 고기를 좋아했으나

역시 주머니 얕아서

먹는 기회는 적었던

데오성님이 어느날 데려간 우시장의 간은 피가 흥건해서

비위약한 나는 술만 들이키고 돌아섰으나

생각외로 그 집의 음식값이 역시 쇠고기다 보니 비싸다 했던

그 무렵

 

나는 레비스트로스이 슬픈 열대라는 제목의 사상전집을 앞에 두고

저 책은 무슨 책인가? 그랬는데

 

어느날 레비 스트로스 이름이 신문에 늘 나오는 인류학자요

구조주의자이며 사람의 편견을 한꺼풀 걷어내는 눈 밝은 학자란 글구절을 수시로 만났으나

그의 책을 읽지는 못했다

 

100세를 넘겨 살았다는 스트로스가 1908년생이라는 걸

며칠 전에 알았다

 

그의 100년 인생이 담긴 화보를 보면서

먼 나라 브라질 내륙

온통 강물과 나무가 우거진

원시의 땅에 그가 쪽배를 타고 가서

원주민을 만나고

슬픈 열대의 자료를 모은 그때가 유정이 죽을 무렵인

1930년대 후반이었다

 

사람이 난 자리 따라

가난한 식민지의 나라

부강한 식민지배국의 나라

다르게 태어남을 어찌 탓하랴만

 

심하게 먹을거 못먹고 굶주리다 병으로 죽은거까지 담담하게 넘기기는 어렵다

 

재주가 하늘을 덥되 요절한 유정을 생각하면

반찬이 서너가지가 안되는 밥상에서

밤이면 소주를 곁들이는 그 버릇을 이젠 치워서

나는 세상에

그누가 기억하는

글한줄 못남기고 떠나도

병들어 죽는 것은 면해야 할거 같다

 

유정의 마을 한뼘 건너사는 내가

톨스토이 작품이라도 전작물 하나는 읽어야

한을 품고 죽은 작가에 대한 도리인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