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범중엄 천평산 만홀조천도<Cent trente>

guem56 2011. 8. 22. 14:13

넓은 동정호

호수를 바라보는 악양루

 

두보가 등악양루 시를 지어

유신시대 한국의 국어교과서에 두시언해의 한글 고어와 함께

실려 이 땅의 학생들이 배운바 있고

 

송나라 시절 문무를 겸전한 명재상 범중엄이 악양루기를 지어

그 글이 천년 뒤에도 전한다

 

범중엄은 말년에 고향 쉬조우 천평산으로 돌아온다

역시 넓은 호수 태호 근처에 있는 천평산 자락에 기대어

고의원(高義院)이 만들어지고 범중엄 후손이 대대로 산다

 

600년 세월이 흘러

청나라가 안정된 18세기 후반

건륭제는 남쪽을 여섯 번이나 내려오고 여러번 쉬조우 범중엄가문에 들린다

범요라는 화가가 황제의 남순(南巡)을 기념하여

만홀조천도(萬笏朝天圖)란 그림을 남긴다

 

정원이 많고 경치가 아름다운 쉬조우의 태호 주변은 발길 닿는 곳이

명승이고 유적지이다

그렇게 따지면 상하이 쉬조우 항조우의 강남지역을 찾아가 서너달 머물러야

볼만한 것을 본다

 

고려시대 박인량이 찾아가 시를 남긴 오자서 묘도 이곳에 있고

한산사도 이 근처에 있다

 

가로 17미터가 넘는 그림엔 2000여명의 쉬조우 백성들이 황제를 보러

몰려드는 광경이 그려져 있다

 

문자의 옥을 일으키고 만주족 지배의 청나라 시대를

영원한 제국으로 만들려던

건륭제는 편안히 눈을 감았으나

사십여년이 흘러 청나라는 아편전쟁으로 굴욕을 당한다

 

만홀조천도는 푸이가 자금성에서 유출하여 민간을 떠돌다가

지금은 텐진박물관에 정착하여 보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