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사도세자<Cent vingt-trois 123>

guem56 2011. 8. 10. 15:44

드라마 백동수에서

오만석이 연기하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게 아니라

살아나는 내용으로 나온다는 기사를 본다

 

역사의 사실에선 뒤주 속에서 죽은 것이 사실일것이나 드라마에선 생환한다니

나는 반갑다

 

주원장의 손자 건문제가 불타는 성에서 죽은게 아니라

신분을 위장하고 승려 또는 도사로 신분을 숨기고 살았다는 이야기는

완전 허구라고 딱히 볼수도 없다

 

사도세자의 생애를 보면 그 짧은 생과 비참한 죽음이

여러 모로 안타까와서 이렇게라도 살려 놓으니 반갑다

 

내가 사도세자의 아내이며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이란 책을 만난건

30년이 더 된다

 

당시 짜장면이 130원 했는데

한중록은 옛날 조선시대 한글과 한문이 이중으로 실린 책으로

4000원을 주고 샀다

 

오늘 아침 사도세자가 다시 살아난다는 인터넷 소식을 보고

그 한중록을 찾으니 내가 버렸는지 이리저리 이사 다니는 와중에 없어졌는지

 눈에 안보인다

허탈하다

 

한중록의 기록을 예전에 그리 자세히 본것은 아니나

남편이 비명에 죽었으니 그 여인의 한이 오죽할까 했는데 그 책 내용자체로 사도세자가 왜 죽게 되었는지 잘 알기 어렵다

 

그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싫고 미스테리가 얽힌 듯 했는데

그뒤 세월이 흘러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많은 학계와 일반독서계에 책이 나왔다

 

의견은 두 갈래다

정신이 이상하고 극단 행동을 하는 사도세자는

죽을 자리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의견이 있고

사도세자는 당시 실제 힘을 가진

장인 홍봉한 집안과 기성정치세력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설이 있다

 

삼년전이런가

사람은 놀랄 일이 생긴다

내가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우연하게 연암문집이 포함된 조선문집총간을

20여권 단위로 들여놓은 적이 있다

 

그후 이름이 낯설은 그 문집들 저자를 살피다가 능허관만고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이 책의 저자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임에 퍽이나 놀랐다

 

상당한 량의 원고에는 시문학이 포함되고 의학이나 여러 분야 글이 있어서 저자의 식견이나 국량을 어느 정도 짚어 볼만한 가늠자가 될 수 있는데

 

그 책을 펴서 맥결론서(脈訣論序)한 편을 읽고 그 앞부분에 사(辭)와 부(賦)를 한두편 훑어보다가 처연한 생각이 들어 책을 놓았다

 

오늘 아침 사도세자 비록 드라마 에서나마 살아난다는 이야길 듣고

며칠 전 사도세자 방송에서 그 비장한 얼굴을 보고

그리하여 내가 능허관만고를 다시 펼쳤다

 

아무래도 더운 이 여름 이 책을 다 읽어야겠다 마음을 먹어본다

 

앞에 글을 보니 스무살 이전에 금풍사(金風辭) 능허정사(凌虛亭辭)

취운정부(翠雲亭賦)등의 글을 남겼는데 글의 내용이 대단히 호방하다

 

먹고 사는게 바빠도

이제 사도세자의 글에 끌리는 바 있으니 이를 읽고

사도세자와 생년이 비슷한 사람들의 우호세력이든 적대세력이든

글들을 두고 두고 천천히라도 읽어서

내 마음속에 사도세자 왜 죽었는지 그 셈을 혼자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