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송성문의 성문종합영어... 한석봉의 등왕각서

guem56 2011. 9. 26. 10:51

1970대 성문종합영어

강건너 중학교 다니는 버스비가 입석은 10원

좌석은 15원을 받아서 좌석 버스가 오면 다 기다리던 중학교가 끝나고

 

고등학교에 가니

성문종합영어를 보아야 영어가 제대로 되고 대학을 갈수 있단다

 

그때 책 값이 2000원

열 번 넘게 이사를 다녀 그 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종합영어책은 88년도 출신으로 값이 5천원으로 되어 있다

 

그 책에서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문을 만났고

서머싯 모옴의 달과 육펜스 일부를 읽었으며 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 글도 보았다

 

달과 육펜스의 구절은 고갱이 타이티로 떠나게 된 사연을 말하는 것인지

어린 나이에 영어도 잘 몰랐을 뿐 아니라 그 구절을 해석해 놓은 우리 말의 내용을 이해를 못했다

세월이 지나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있고

삶이 녹록하지 않을 때 막상 떠나려는 마음은 있어도 떠나기는 힘들다는 것

여행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얼굴엔 주름이 늘었다

 

성문종합영어를 지은 송성문 님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해전 그분이 모은 문화재를 소개한 책에서 한석봉의 글씨를 보았다

 

거기 왕발의 등왕각서가 있었다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를 어쩌다 걸어가다 보면 좌판을 펼쳐있고

참빗이며 대나무 제품이 놓인

한켠에 토정비결과 한석봉의 천자문 책이 먼지를 덮고 자리했다

 

한석봉은 어린이들에겐 떡을 잘 써시는 어머니를 둔 명필로 알려졌으나

좌판위의 한석봉 책을 바라보자니 착잡하더니

명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글씨를 보니 대단한 서체라는 느낌이다

 

아마 그가 조선후기에 정계의 주도권에서 멀어진 양반계층의 라인이라 그런지

명필의 이름은 요란하나 작품은 세상에 그리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

 

며칠 전 다시 구경한

문징명의 적벽부 글씨는 초서라 하지만 획이 분명하고 직선이 많은데

 

한석봉의 등왕각서나 춘야연도리원서 글씨는

흘림이 많은 초서이다

 

만약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

저 초서를 모사하려 하기만 해도 공력이 많이 들테고

아카시아 꽃잎이 몇 번 피고 질지 시간이 세월로 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