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아래 서울 한복판
오성홍기가 아니라 청천백일기가 올라가던
자유중국대사관 앞
중국서점에서 송사삼백수(宋詞300首)를
당시300수와 같이 손에 넣었던 때가 기억이 가물하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이안거사 이청조의 사 몇 수가 들어있다
심심멱멱(尋尋覓覓)의 첩어가 들어있는
칭자오의 글은 재기 발랄하다
세월이 20여년 흘렀다
추석이 지나고
여느 가을처럼 내 어릴적
메뚜기 잡으러 들어갔던
황금빛 들판에 벼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며
새 쫓는 허수아비 우두커니 서 있던 그림
어느 오후 졸다가
이청조의 시사(詩詞)가 온전한 이청조집전주를 만났다
책꽃이엔 한두장도 못 펼쳐본
이하와 황정견의 시집이 시퍼런데
또 이책을 언제 읽을까만은..
청조는 산동사람이다
산동의 청주(靑州)에서 잘 지내다가
금나라 군대를 만나 남으로 양자강 항저우로 내려왔다
남편 조명성과 아기자기했던 삶은
전란을 만나고
그가 먼저 죽으면서 점점 어두워졌다
재기와 한이 서린 이청조의 시가가
퍽 많아서 다행인데
주희가 이청조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고
역대 숱한 명사들이
그녀의 작품마다
원문보다 길쭘한 평을 어지간히 붙여놨다
시력은 떨어지고
밤이 되면 졸리고
낮엔 머리가 멍한데
책은 무생물이라 누가 읽어주건 말건 아무 감정이 없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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