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잠부론 블루누드2 <Cent cinquante-six 156>

guem56 2011. 10. 8. 12:48

동정호 아래 후난성 창사

악록서원

 

 

왕양명과 왕부지 증국번이 거쳐갔으며

고려 조선 서원건립에 영향을 끼친

송나라초에 만든 아카데리

 

그 악록의 이름을 딴 악록서사에서

펴낸 잠부론을 택배로 만났다

 

이미 임동석 교수가 당재자전과 잠부론을 완역했다

 

지금은 사라진 봄내시 명동 닭갈비 골목 앞길

일본인들이 다녀가더니 지금은 중국인들이 몰려오는 거기에

아마도 유신시대 이전부터

청구서적이 있었고

 

당재자전 완역판을 사고 나서 그 서점은 사라졌다

 

신묘년 여름은 비가 오고 더웠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동한(東漢)의 초황제 유수의

곤양십삼기 전설을 백가강단에서 보았다

 

제갈량이 남양에서 포의로 지내던 때는 이미 동한이 기울었고

잠부론은 지은 왕부는

유수와 제갈량 사이에

한나라 국세가 하향 기울기에 있을때 살았다

 

지식인은 동서고금에 한가지 습관이 있으니

위치한 시공에서 자신의 좌표가 점임에도 불구하고

상하좌우 사방팔방의 삼라만상을 자신의 눈속에

그물로 담으려 함이 그것이다

 

잠부론 또한 요즘식의 언어로 백과전서로 표현하지만

수신 제가 치국에 관한 왕부의 견해를 펼쳐 놓은 책이다

 

한비자 여씨춘추 회남자 논형 이런 책들에서 보여주는 그물망이

잠부론에도 세세한 점은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드러난다

 

대서양을 바라보는 프랑스 서안에

벨섬이 있다

 

존 피터 러셀이 그곳에 한 해쯤 머물렀고

젊은 앙리 마티스는 거기에 가서

러셀에게서 인상주의 아무튼 그림 그리는 데 한 수를 배웠다

 

1952년 여든이 넘은 마티스는

고무판을 오려내어

 

블루 누드를 다시 만든다

병약하고 이제는 더 이상

붓을 잡아서 정교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인간의 투혼을 본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스티브 잡스는

1층에 머물면서

 

병으로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 했다고 신문은 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무겁고

저녁에는 언제 자는지도 모르게

텔레비전 소리에 마취되어 잠이 들고

나는

 

소금기 없이 밍밍하게

지난 해 가을과

올해 가을을 한치의 오차 없이 복제한다

 

찬란한  정밀함에 놀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