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송풍각 황정견 (넷)

guem56 2012. 2. 4. 12:11

동정호 북녘 호북성

 

양쯔강이 유유히 흐르는 언저리

장강 남안에 악성(鄂城  어저우  鄂州)라는 도시가 있다

 

남송의 명장 악비가 금나라 군대를 상대로 주둔하던 곳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의 근거지라 그때 무창이라 이름했다

 

양자강 건너 마주보는 북안은 황주다

 

북송의 소동파가 정쟁에 밀려 이곳에 귀양가서

황주한식시첩을 남긴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베이징의 원명원을 유린한 후로

청나라 황실에 보관되던 한식첩은 일본으로 흘러갔고

유랑끝에 지금은 타이뻬이 고궁박물관에 쉬고 있다

 

한식시첩엔 소식의 제자 황정견의 발문이 있고

누가 봐도 이 발문과 비스름한 필체가

 

황산곡의 무창송풍각시첩이다

 

소동파가 남해 하이난섬에서 귀양이 풀려 귀향하던 도중 상주에서 별세한 이듬해

황정견은 양자강 무한(우한)을 지나 악성에 이르러 배를 대고 송풍각에 오른다

 

송풍각시엔 이런 구절이 있다

 

동파도인이침천(東坡道人已沈泉)

 

황산곡이 역시 세상을 뜨기 세해전

예순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양쯔강 건너 북안

황주가 스승 동파선생이 20여년전 귀양살이 하던 곳이며

그때 스승의 글씨 한식시첩에 제발을 남겼고

 

황산곡은 한식시의 격조를 높이 점수를 주어 이태백도 이를 수 없다 했고

제발의 끝부분엔  만약 동파선생이 같은 작품을 다시 쓴다해도

똑같은 격을 이룰수 없을것이라 감탄했으니

 

강북녘을 바라보며

이제 이승의 인연이 끝난 스승을 생각했을터

 

송풍각 시 또한 격이 그만큼 높고

필체 또한 동파와 다르며 역시 대단하나 하나

아직 내눈은 그 높이를 알아볼수 없다

 

추운 겨울

언젠가 서울에서 구한

상해서화출판사의 송풍각첩을

 

일본 이현사판 소식집과 나란히 놓고

뒤적이면 그뿐이다

 

감회 무량했을것이다